軍 최초탐지에 사활, “핵실험의 굴욕 없을 것” 각오
내달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일 3국이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동창리 발사장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한 대북 정보망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우리 군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와 인접한 서해와 한반도 상공에 이지스구축함과 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를 전진 배치했다. 이지스구축함에 장착된 SPY-1D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는 500㎞ 거리의 표적 1,000여개를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다. 최대 탐지거리는 1,000㎞에 달한다. 2012년 12월 북한이 동창리에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하던 세종대왕함이 발사 54초 만에 최초로 궤적을 탐지해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에 앞섰다. 군 관계자는 29일 “우리 군이 북한과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는 만큼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얼마나 먼저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상공에서는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피스아이가 공중감시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의 공중과 해상 표적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지상에는 탐지거리 500㎞인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가 동창리를 향해 전파를 내뿜고 있다. 2012년 12월 당시 이지스함에 이어 그린파인은 120초, 피스아이는 97초 만에 북한 미사일의 궤적을 탐지했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지난해 3월 북한이 발사한 노동미사일이 음속의 7배 이상으로 비행한 것도 포착하며 성능을 과시했다.
미국은 조기경보위성(DSP)과 우주기반적외선탐지시스템 위성(SBIRS), 첩보위성(KH-11, KH-12)을 우주에 띄워 발사 징후를 주시하고 있다. DSP와 SBIRS는 적외선 열감지 센서로 미사일 발사와 대기권 밖 비행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KH-11, KH-12는 한반도 상공을 내려보며 15㎝의 지상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췄다. 다만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은 평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자국 영공에 들어올 경우 요격하는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발령했다. 또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사거리 500㎞)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한반도 인근 공해상으로 투입하는 한편, 현재 제작 중인 첫 자국산 스텔스전투기를 공개하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미사일 동체를 운반하는 화물열차가 동창리로 출발했다(본보 29일자 1면)는 보도에 대해 군 당국은 “정보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습적인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만 거론한 채 북한의 구체적인 발사 준비 정황에 대해서는 이틀째 함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28일(현지시간) 동창리의 최근 위성사진을 토대로 “발사대 크레인타워 부근에 차량, 장비로 보이는 물체와 사람으로 추정되는 형태가 포착되고 주변은 말끔하게 정리된 상태”라며 “주요 발사관련 시설에 모두 위장막이 설치됐고 로켓을 이동할 구조물도 마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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