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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개의 휴대용 칼ㆍ혈흔 사진… 피범벅 패터슨이 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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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개의 휴대용 칼ㆍ혈흔 사진… 피범벅 패터슨이 진범”

입력
2016.0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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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범행 시나리오 검토 후 “찌른 사람은 1명”

피 적게 묻은 리, 피해자 제압 등 공범으로 가담

19년 전 사건. 피해자 말고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은 단 둘. 이들 중 아더 존 패더슨(37)을 진범이라고 판단하는 데에 새로운 증거는 뚜렷하게 없었다. 1심 법원은 1997년 4월 3일 밤 사건이 벌어진 햄버거 가게의 10㎡ 남짓한 밀폐된 화장실에 남은 혈흔 사진들과 딱 하나 쓰인 휴대용 칼, 기존 부검 감정서 등으로 결론을 냈다.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37)의 진술 중 하나에만 신빙성의 무게를 두는 게 아니라 당시 정황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물증과 증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배제하는 식으로 패터슨에게 죄의 대가를 물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둘을 공범으로 기소한 것을 인정했다. 리가 당일 패터슨에게 “아무나 찔러봐라. 누군가 쑤셔버려”라며 살인을 부추겼고, 피해자 조중필씨가 화장실로 갈 때 둘이 같이 따라갔고 거기서 범행이 벌어진 점이 근거가 됐다. 범행 뒤 리가 낄낄대며 “우리가 재미로 누군가의 목과 가슴을 칼로 찔렀다”고 말했다고 한 친구 T씨의 진술도 받아들여졌다. 이런 점에서 둘이 ‘우연히’ 서로의 범행을 목격할 수 없고 적어도 둘 중 하나가 조씨를 흉기로 찌를 것을 알고 있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범행에 쓰인 흉기가 9㎝로 짧고, 예리해 짧은 시간에 칼을 주고 받기 힘들어 조씨를 찌른 사람은 1명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진범은 조씨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해 온몸에 피가 많이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당시 패터슨은 양손이 피범벅이었던 것은 물론 온몸에 피가 묻었던 반면, 리는 상의에 스프레이로 뿌린 듯 피가 적게 묻어 있었다. 패터슨은 범행 직후 화장실로 달려가 양손을 씻고 셔츠를 갈아입고 검은 모자를 쓴 채 현장을 빠져 나갔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리에게 당한 조씨가 자신을 밀치는 과정에서 피가 묻었다는 패터슨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패터슨은 이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진 않았지만 책임에 상응하는 엄한 형벌로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는 재판장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후 방호원들이 그를 데려가려고 하자 패터슨은 볼에 바람을 가득 넣었다 내뱉으며 처지를 실감하는 듯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리에 대해 “타인이 화장실에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거나 여차하면 패터슨과 함께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기 화장실에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범임을 강화하는 논리를 들었다. 결국 법원이 둘 모두 범인으로 판단함에 따라 애초 검찰이 양자택일 논리에 빠져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엉키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초기 수사를 제대로 하고,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망가는 걸 막았다면 진실이 밝혀지는 데 19년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패터슨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선고 직후 즉시 항소 뜻을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범인이 패터슨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억울한 사람이 대신 처벌받지 않도록 항소심에서 정확히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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