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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약발 떨어지자 금리로 경기 살리기 ‘깜짝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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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약발 떨어지자 금리로 경기 살리기 ‘깜짝 카드’

입력
2016.01.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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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로 디플레 차단 역부족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극약처방’

엔화가치 끌어내려 부양 돌파구

단기적으론 주가상승 등 기대

“효과 장기간 지속 힘들 것” 전망

美 돈 죄기-日 돈 풀기 사이서

우리의 통화정책 고심 깊어질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9일 일본은행(BOJ)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실물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그간 일본의 양적환화 정책의 약발이 점점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시중에 돈을 더 풀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막아보겠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극약처방이다.

이날 일본은행이 채택한 기준금리 -0.1%는 한마디로 일본은행에 돈을 맡기는 시중은행은 0.1%의 수수료를 내라는 얘기다. 1,000엔을 맡기면서 1엔의 보관료(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 예치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자금 대출에 적극 나서게 되면 실물 경제에 돈이 풀릴 것이란 게 일본은행의 기대다.

부작용을 무릅쓰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데서 일본은행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알 수 있다. 매년 80조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어왔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 저유가로 인한 세계경기 불안 등 대외적인 요인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처방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2%’ 목표의 달성시기를 종전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후반쯤’에서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전반쯤’으로 미뤘다. 또 올해(2016회계연도) 물가 전망을 ‘1.4% 상승’에서 ‘0.8% 상승’으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작년 12월 광공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4% 하락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했던 추가 양적완화가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꺼내놓아야 할 만큼 일본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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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장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내놓은 깜짝 카드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일단 신흥국 불안 탓에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며 고공행진했던 엔화 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엔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18엔대에서 121엔대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엔화값을 떨어뜨려 자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일본은행의 의도가 당장은 먹힌 것이다. 증시(닛케이지수)도 3%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저유가 등 외부요인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가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고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 받는 건 향후 추가 예치되는 것일 뿐 기존 예치된 잔액은 제외된다. 이하연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연구위원은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것이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한 것보다 효과가 적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개인들의 자금이 장롱 속에 갇히면서 경제활동이 더 위축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은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 돈을 풀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쪽에서는 돈을 마냥 죄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느려질 공산이 크다. 돈 풀기와 돈 죄기의 중간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도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고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엔화 약세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가뜩이나 악화일로에 있는 우리 수출전선에 더욱 더 짙은 먹구름이 낀다는 점에서 다시 인하 요구가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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