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댄스대회 8년 연속 대상 에이블’이 쭉 이어갑니다‘
무용실 문을 열자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열정적인 몸짓으로 춤 삼매경에 빠진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무용특기자로 구성된 댄스팀 ‘에이블’이다. 에이블은 1998년 영일고 내 무용부로 창단되 현재는 동아리를 넘어 도 교육청의 체육 특기 분야로 인정 받고 있다.
에이블 리더 김다은 양은 “전통이 있는 만큼 ‘에이블’ 출신 중에 시립교향단, 안무가, 방송에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면서“한류의 한 주축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이블의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댄스경연대회에서 입선 이상 경력이 있어야 특기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연간 60~70여 건의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매달 공연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행사를 소화해낸다.
에이블 팀의 일과는 여느 학생들과 다르다. 4교시가 학과 수업이 끝나면 춤 연습이 정규과목이다. 그들의 하루 평균 연습시간은 최하 6~7시간,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자정까지도 연습에 매진한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
무용전공자로 대학 특례입학도 가능하지만 10명 중 3명 정도 낙오할 정도로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특기생은 학칙 상 중도에 포기할 경우 전학을 가야 한다. 겨울철에도 반소매를 입고 연습 삼매경에 빠진 그들을 만나보았다.
김다은(고3) 실용무용 전공
‘세계적인 안무가가 될래요’
“3년의 결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어요.”
영남대학교 체육학부 무용학 일반전형으로 합격한 김다은 양은 ‘에이블’의 리더다. 중학교 2학년 때 춤을 처음 시작해 영일고에 입학했다.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두 달여간의 시위 끝에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을 보라’는 허락을 받은 후 ‘춤에 미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각종 콩쿨대회는 물론 행사 안무까지 적극적인 행보 때문에 리더를 맡았다. 후배들은 다독이는 건 물론 9명의 멤버를 단합으로 이끄는 것도 그의 몫이였다.
“한 명이라도 낙오되면 팀 자체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마음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안무가가 꿈인 대학에서 무용단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유명 안무가가 되어 ‘에이블’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국(고3) 현대무용 전공
‘춤, 미용 모두 감각의 예술이죠’
“감각 있는 춤꾼, 감각 있는 헤어 디자이너가 됩니다.”
‘에이블’의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김명국 군의 장래희망은 ‘헤어디자이너’다. “춤도 감각, 헤어디자이너도 감각, 서로 통하는 게 많아요.”
중 3 때였다. 텔레비전을 보던 중 ‘춤 한번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반면 만에 대학에서 주최하는 콩쿨대회에서 입선해 영일고에 특별전형으로 청일점으로 입학했다. 미용은 일 년 전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시작했다.
“슬럼프에 빠진 저에게 미용기술은 구세주와 마찬가지였어요. 미용학원에서도 ‘감각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그는 부산의 한 대학에 미용 학과에 합격해 놓은 상태다. 춤을 통해 익힌 감각과 끼를 헤어디자이너가 되어 마음껏 부리고 싶다.
“열정과 끼만 있다면 마음껏 도전해 볼 수 있는 나이잖아요. 춤을 통해 감각을 익혔고 미용업에서 끼와 감각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요.”
김채령(고2) 현대무용 전공
‘함께 땀 흘리며 가족 됐어요’
“놀고 싶지 않으냐고요? 무용실이 놀이터예요.”
이제 무용실이 집보다 편하지만, 김채령 양은 처음 입학했을 때는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소외감까지 느꼈다.
“몇 안 되는 댄스팀 멤버를 제외하고 같이 놀 시간도 없었어요. 친구들은 놀러 가는데 무용실에서 연습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내가 3학년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첫 학교축제를 준비하면서 서먹한 기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특기생이다.
“‘에이블’은 단순 특기생이 모인 그룹이 아닌 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한 명도 낙오되지 않고 함께 하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할 수 있고 즐기고 있어요.”
윤예원(고2) 현대무용
‘춤 신동에서 최고의 춤꾼으로’
“5살 때부터 춤 좀 추는 아이로 통했죠.”
윤예원 양은 ‘에이블 중 가장 오래된 경력을 자랑한다. 어머니가 춤에 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어릴 때부터 댄스를 가르쳤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보기는 이래 봬도 엄청난 지구력과 근력을 요구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에이블’을 알고 있던 그는 중학교 때 ‘에이블’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종 대회 입선은 물론 화려한 수상경력으로 특기생으로 거뜬히 입학했다. 입학 후에는 더 신나는 행보를 계속했다. 경주 엑스코 세계단문 화공연단으로 터기, 중국은 물론 내년 1월에는 일본 공연까지 예정되어 있다.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블’은 나갔다면 무조건 입상이에요. 에이블의 멤버라는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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