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발상, 도전의 시작입니다
이불가게라고 하면 매장에 가득 쌓인 이불을 떠올린다. 이채은 대표(51)의 ‘마이하우스’는 달랑 책상 하나 컴퓨터 한 대로 시작했다. 주변상인들이 “붕어 없는 붕어빵도 아니고 이불 없는 이불가게는 뭐야” 했지만, 마이하우스는 예상을 깨고 성공했다. 아니, 성공을 넘어 대성했다.
마이하우스의 첫 출발은 99년, 대신동 서문시장 큰장로. 서문시장 한 켠 자그마한 가게는 16년간 서울 목동, 인천 송도, 부산, 울산 등 전국 8개 지점으로 확대되었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우수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대구시 2015 프리 스타기업 선정, 한국무역협회 300만달러 수출탑 수상 등 어느새 500만달러 수출탑을 바라보는 ‘내실 탄탄한 기업’이 되었다.
서문시장 최초의 ‘온라인’ 이불가게
이 대표가 처음부터 이불가게를 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서문시장 큰장로를 찾은 건 화장품가게 오픈 때문이었다. 대형이불도매점을 양쪽에 둔 위치였다.
“제 전공은 ‘사회학’이에요. 지금 제가 하는 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죠. 사업에는 ‘유통흐름’이 중요한데, 사회학 덕에 사회구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같은 커다란 흐름을 읽을 수 있었어요.”
서문시장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한강이남 최대의 원단상가가 위치해 있고, 대형이불도매점이 많아 매일같이 2.5t, 5t 트럭 가득 이불이 대량입고 되었다.
거기에 가내수공업 미싱작업을 하는 전문가까지. 능력만 갖추면 크게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이 대표는 한 가지 흐름을 더 읽었다. 온라인 시장의 가능성이었다. 화장품 가게를 하며 알게 된 모 화장품온라인쇼핑몰을 보며 곧 오프라인 구매가 온라인 구매로 커다랗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구매의 편의성을 위해 온라인 구매가 더 용이할 거란 예측으로 그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불가게를 개업했다. 서문시장 최초의 ‘온라인’ 이불가게였다.
“이불 가득 쌓인 가게들 사이에 책상 하나 컴퓨터 하나 놓고 있으니, 다들 저게 이
불가게냐며 고개를 저었죠. 하지만 전 자신 있었어요.”
이 대표의 자신만큼이나 온라인 쇼핑몰은 매년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큰 성공과 요청에 힘입어 2013년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샵을 냈다. 2년 만에 8개 지점으로 늘어날 만큼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마이하우스를 위한 특허권 ‘전쟁’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힘들고 보람 있었던 건 5년에 걸친 특허권소송이었다.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큰 성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마이하우스‘만’의 디자인이었다. 캐릭터 개발부터, 패턴 디자인까지 전문 디자이너팀을 따로 둘만큼 인력투자에 아끼지 않은 이 대표의 경영철학의 결과였다.
마이하우스‘만’의 디자인은 고객의 사랑을 넘어 다른 업체에서까지 탐을 냈다. 결국, 같은 패턴을 찍어내는 업체가 나타났다. 특허권 소송을 걸었다. 디자인을 뺐긴 분함만큼이나 힘들었던 건 동종업계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이왕 찍어낸 거 이번 분기만 팔게 봐주고 넘어가면 되지 뭘 그러게까지 하냐고 지독하다고 하더라고요.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가지고도 대구 시장이 더 발전하지 못하는 건 저작권에 대한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죠. 당장은 힘들겠지만, 먼 미래를 위해 싸웠습니다.”
총 2건을 5년에 걸쳐 싸웠다. ‘사람이 저렇게 까지 할 수 있나’ 회의감이 들만큼 길고 긴 싸움이었지만,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주었다. 이제 업계 누구도 마이하우스의 디자인을 건들겠단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마이하우스는 마이하우스입니다. 변형이 가득한 시장에서 창작의 소중함을 외치며 저희는 저희만의 길을 갈 겁니다.”
대구 대표 홈패브릭 브랜드를 꿈꾸며
디자인 뿐 아니라 마이하우스의 또 다른 강점은 ‘기능’이다. 머리카락 1/100 굵기의 초극세사로 제작한 기능성 소재를 통해 집먼지 진드기 및 각종 유해물질이 침구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해 알레르기 및 아토피, 기관지 등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엔 국내 제대로 된 키즈라인이 없다는 점을 착안해 키즈라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는 매년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유통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저가공략을 많이 씁니다. 시장진입에 성공해 매출은 늘지 몰라도 직원은 힘든 악수죠. 오래가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제품과 가격으로 당당해져야합니다. 저가의 그저 그런 제품이 아니라, 비싸도 그 값을 훨씬 뛰어넘는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정면 돌파가 필요하죠.”
마이하우스의 다음 목표는 중국시장진출이다. 그동안 4년 넘게 중국인들이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전시회, 사절단, 바이오 상담 등을 통해 철저히 사전조사 했다. 신뢰를 중요시 하는 중국시장 특성에 맞게, 내년 초 직원을 현지에 파견할 것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장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1차 목표는 10억 원. 제대로 된 결과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오래해서 경력이 쌓인다고 프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프로는 작은 마지막까지 완벽해야 합니다. 뒤돌아나가는 손님의 뒷모습까지 계산하는 완벽한 프로를 지향합니다. 홈패브릭의 프로가 되어, ‘마이하우스’를 대구 대표 홈패브릭 브랜드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