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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두문불출’ 이수만의 화려한 외출 이유

입력
2016.01.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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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27일 창사이후 처음으로 직접 신인 그룹 데뷔와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27일 창사이후 처음으로 직접 신인 그룹 데뷔와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란 보이그룹이 데뷔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이수만(64)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새 그룹 데뷔 계획을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형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 프리젠테이션쇼를 꾸려 소속사 신인 데뷔 계획을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핑크색 셔츠·오렌지색 안경 직접 스타일링

왼쪽 얼굴에 무선 마이크를 단 이 프로듀서는 홀로그램 등을 활용해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쇼를 진행한 이 프로듀서는 옅은 핑크 빛 셔츠를 입고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핑크색은 SM의 상징 색입니다. 그는 파란색 정장을 아래 위로 맞춰 입어 격식은 갖추면서도, 넥타이는 하지 않고 밑바닥이 하얀 캐주얼 스니커즈를 신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오렌지 빛이 도는 컬러 안경을 써 포인트를 주기도 했습니다. SM관계자에 물어보니 이날 의상 준비는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없이 모두 이 프로듀서가 직접 했다고 합니다. 예순이 넘은 이 프로듀서가 그만큼 유행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련 행사 사진을 본 한 네티즌(jjam****)은 ‘사진만 보면 애플 신제품 발표하는 스티븐 잡스인 줄’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업의 신제품 출시 행사를 떠올린 겁니다. 큰 무리도 아닙니다. SM은 팀 결성부터 앨범 콘셉트까지 총괄해 신인을 내놓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신인그룹을 SM의 ‘신제품’ 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류를 이끄는 국내 아이돌시장이 그만큼 커졌기에 가능한 풍경입니다.

새 그룹 NCT엔 ‘SM 브랜드로 로열티 수익’ 야심 담겨

이번 행사로 SM은 국내 연예 문화 선도 기업 이미지 굳히기에 나선 듯 보입니다. 신인 그룹 데뷔 발표와 더불어 “한류 3단계”라는 새로운 문화 사업 전략을 제시해서 입니다. 이 프로듀서는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걸 한류 1단계로 보고, 현지 아티스트와 국내 아티스트의 협업을 통한 교류 과정을 2단계로 봤습니다. 이를 뛰어 넘어 해외에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전수’를 마지막인 3단계로 보고, SM이 이를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프로듀서가 말하는 문화기술은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 능력을 말합니다. 가수 제작 노하우를 현지 업계에 전수해 ‘SM표 신인’을 나라별로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겠다는 겁니다. 신인 발굴 및 훈련 노하우는 연예기획사 기밀 중의 기밀입니다. SM은 왜 이를 외부에 노출하려는 걸까요?

여러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SM이 ‘로열티 수익’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봤습니다. SM에 속한 가수만으로는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활동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활동에 물리적인 시간 확보가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K팝의 해외 수요는 많은 데 SM 내 가수만으로는 공급을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M이 자사의 ‘문화기술’ 전수를 조건으로 해외 현지 제작사와 손을 잡고, 현지 가수로 활동 수익을 내는 방법을 모색한 겁니다. SM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합자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듯 합니다. 한 마디로 문화기술 전수와 ‘메이드 바이 SM’ 이란 브랜드를 빌려주고, 돈을 벌겠다는 얘깁니다. 이 방식으로 나오는 그룹이 바로 NCT(Neo Culture Technology)입니다. 세계 각 도시를 기반으로 해 개별 팀들이 만들어지고, NCT란 브랜드 아래 활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40여 명에 이르는 NCT 멤버들이 가면을 쓰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10명은 직접 무대에서 춤도 춰 보였습니다. SM 특유의 힘있는 ‘칼군무’ 가 돋보였습니다. NCT의 첫 등장은 올 상반기 한국과 일본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관건은 나라별 NCT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입니다. 나라별 콘텐츠 관리가 안 되면 반대로 SM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 제공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 제공

흥미로운 점은 그 동안 두문불출하던 이 프로듀서가 직접 사업 발표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이 프로듀서가 취재진 앞에 공식적으로 선 건 지난 2008년 보아의 미국 진출 관련 기자회견 후 8년 만의 일입니다. 그런 이 프로듀서가 나섰다는 건 SM이 그만큼 절박하게 새로운 사업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SM은 지난해 그룹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주력 멤버들의 입대로 올해 보이그룹 해외 시장 공략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회사인 SM C&C는 지난해 제작에 나선 드라마 ‘디데이’ 등의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외부에 SM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이 프로듀서가 직접 나선 게 아니겠느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SM 매주 음원 공개” 천명엔 “음원 생태계 파괴” 우려도

이 프로듀서의 프리젠테이션 내용 중 가요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건 따로 있습니다. “1년 52주 동안 매주 특정 요일에 신곡을 선보인다”는 내용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들 얼굴엔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아이돌 공룡 기획사’인 SM에서 매주 신곡을 내면 그만큼 자사 가수들이 국내 음원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SM은 그간 그룹 활동 전략을 정규 앨범 단위로 짜, 다른 소속사들은 SM 가수들의 특정 컴백 시기를 피해 음원 공개일을 조정해왔습니다. 헌데, 이제 SM이 매주 음원을 낸다니 ‘눈치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걸그룹 한 팀을 보유하고 있는 가요 기획사 대표는 “일주일에 한 곡씩 낸다는 건 SM이라서 가능한 마케팅 전략”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이로 인해 작은 아이돌기획사들은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심지어 “음원 생태계 파괴가 걱정된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 등 SM이 인지도 높은 자사 가수들의 신곡 등을 매주 공개하면 음원 차트는 더욱 대형기획사 아이돌판이 되고 다른 장르를 하는 가수들의 음악 노출 기회가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또 다른 중형 기획사의 이사는 “빅뱅이 한 달에 두 곡씩 음원을 쪼개 내며 음원 순위를 장악한 지난해부터 SM이 매주 신곡을 낼 거란 얘기가 업계에 파다했다”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난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SM은 오는 2월3일 태연의 ‘레인’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SM 가수들이 신곡을 내는 프로젝트 ‘스테이션’의 출발을 29일 알렸습니다. 이 프로듀서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뿐 아니라 ‘스테이션’ 전략이 음원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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