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성경 유물 구입해 성경박물관 개관 등 복음사업에 집중
유물 암거래와 연구자료 조작 등의 논란도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2017년 1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성경박물관이 개관한다. 40만m²넓이에 8층 규모로 건립되는 박물관에는 성경의 기원이 적혀있는 이집트 파피루스와 그리스와 터키 등지의 고문서 등 4만4,0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성경박물관은 특히 워싱턴 가운데서도 핵심요지인 내셔널몰 근방에 건립될 예정이어서 세계 기독교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성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주체가 민간기업이라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런저런 뒷말을 남기고 있다. 특히 건립 추진 기업을 둘러싸고 유물 암거래 논란까지 번지면서 성스러운 사업의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세계에서 막대한 성경 유물 사들이는 하비로비
성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주체는 미국 전역에 500 곳 이상의 영업점을 두고 가구와 잡화, 장신구 등을 파는 소매업체인 하비로비(Hobby Lobby)다. 1970년대 초에 설립돼 미 오클라호마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하비로비는 성경에 적혀있는 예수의 발언을 기업 윤리와 경영 가치와 일치시키는 기독교 복음주의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비로비는 2010년부터 전세계에서 4만4,000여 점에 달하는 성경 유물들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비로비가 갖고 있는 유물 목록에는 고대의 성경 필사본은 물론 유대인들에게 전수된 구약성경 율법서인 ‘토라’를 적은 각종 두루마리, 1947~56년 이스라엘 사해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900편의 성서 두루마리인 ‘사해 사본’,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자인 설형 문자로 적힌 성경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하비로비의 연간 총 수익을 대략 37억달러(약 4조4,548억원)로 추정했다.
하비로비가 처음부터 성경 유물 구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하비로비는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 전역에 기독교 서점 운영과 교회 재단 후원, 이스라엘 성지 여행 지원, 대학 내 성경공부 장학금 지급 등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하비로비 창업주의 아들인 스티브 그린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신념을 갖고 성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던 사업가이자 침례교도인 조니 쉽맨이란 인물을 만나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린 회장은 “성경은 수천 년 동안 그리스어와 시리아어 이집트어 등으로 다르게 번역됐고 이 과정에서 셀 수 없는 복사와 재해석 등이 이뤄지면서 유대교와 이슬람교, 콥트교(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 등이 생겼다”며 “고대 성경을 수집하는 작업은 진정한 성경 말씀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내 정세 불안으로 중요한 유물들이 암시장에서 밀거래 되고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반달리즘(문화 유산 약탈과 파괴) 행태가 극심해진 현상도 하비로비의 성경 유물 매입을 부추겼다. 성경의 토대인 중동에는 많은 유적지와 함께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유물들이 산재해있다. 정부의 강력한 감시 하에 보존돼야 하지만 91년 걸프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이라크와 시리아 등 많은 중동 국가들이 치안 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무차별한 도굴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IS는 지난해 5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리아의 팔미라 유적을 파괴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
하비로비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들
하지만 하비로비의 성경 유물 매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그린 회장이 짧은 시간 안에 전세계에서 성경 유물을 사 모으기 위해 암거래 시장에서 약탈 문화재를 사들이는 불법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은 2014년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에서 그린 회장이 수집한 유물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는데, 이집트 콥트교에서 제작한 신약성경의 갈라디아서 필사본이 이집트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돼 2012년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서 거래됐던 물품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린 회장은 “50년대 미국 미시시피 대학에 전시돼있던 이 필사본을 신뢰할 만한 중개인을 통해 구입했다”고 반박했지만, 미시시피 대학에서 보관돼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미 연방정부는 2011년 그린 회장이 이스라엘 중개인으로부터 구입한 수백 점의 설형문자 명판들을 압수해 출처를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그린 회장이 설형문자 명판을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세관에는 “300달러 정도 가치가 되는 수제품 점토타일”이라고 신고했는데, 허위 신고 의혹이 일었다.
그린 회장이 수집한 성경 유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왜곡한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특히 그린 회장은 구입한 성경 유물을 자신이 지원하고 있는 연구재단에만 연구자료로 제공할 뿐 일반 학계에는 전혀 공개하고 않고 있다. 그린 회장이 세계적 문화 유산인 성경 유물들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맞게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애틀랜틱은 “성경박물관이 개관해 그린 회장의 성경 유물들이 전시되면 구입 출처 등을 놓고 논란이 불을 붙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성경박물관 개관이 아예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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