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 내달 1일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키로 했다. WHO는 미주대륙에서만 감염자가 4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대륙에서 발견된 이후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보건규정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2월 1일 소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긴급위원회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 바이러스 발생지역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 WHO에 권고할 예정이다.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 사는 붉은털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아직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소두증은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작은 뇌와 머리를 작고 태어나는 뇌 손상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찬 총장은 “아직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신생아 출생, 갈랑바레 증후군(급성으로 말초신경ㆍ척수ㆍ뇌신경 등의 파괴로 마비 발생) 간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럴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현재 브라질 등 남미 대륙에 이어 미국,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WHO 미주지역 본부(PAHO)는 과거 뎅기열에 걸린 사례를 고려할 때 미주대륙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내년까지 300만∼4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O는 특히 지카 바이러스가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법, 신속 진단 테스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모기의 분포를 볼 때 국제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고 아직 면역력을 가진 인구가 적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더구나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모기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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