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겐 낯선 ‘아동보호전문기관’
2001년 아동학대 전담기관으로 설치돼 학대 발견부터 상담ㆍ치료 총괄
전문가들 “전 국민 대상 예방교육 시급”
아동학대 인식ㆍ감수성 매우 낮아 예방ㆍ개입ㆍ치유의 골든타임 놓쳐

“아동보호전문기관이요? 이름도 생소하고…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어요.”
세 살짜리 아들을 둔 김경수(34ㆍ가명)씨는 최근의 아동학대 사건이 남일 같지 않다. 그래서 관련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봤지만 기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고 묻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신고접수부터 학대 여부 판단, 상담, 치료, 예방 교육 등을 총괄하는 ‘아동학대 전담기관’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미 15년 전인 2001년 설치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설다. 김씨는 서울의 한 건강검진기관에서 방사선사로 일한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르면 그는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이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자(의료인)다. 하지만 김씨는 “내가 신고의무자인 줄 몰랐다”며 “대학 전공 수업이나 7년 간 일한 회사에서도 한 번도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6년째 서울에서 아이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박성희(55ㆍ가명)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자 박씨는“힘들거나 소외 받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곳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만 12세 아동의 집에 와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보미도 현행법 상 신고의무자다. 박씨는 “1년에 한 두번 정도 아동학대 교육을 받기는 하는데 아이 부상 방지교육 등 안전교육의 비중이 크고, 학대 예방은 곁가지로 조금 다룰 뿐”이라고 전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의료인, 교사, 학원강사 등 24개 직군, 전국 160만 명 규모지만, 학대 예방교육을 받은 인원은 19%인 30만 명(2014년)뿐이다. 신고의무자 교육과 관련해 현행 법은 ‘지자체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로 돼 있는 등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은 매우 낮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대가 빈번히 일어나고, 신고도 제대로 되지 않아 학대 예방과 개입, 치유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나라의 아동 1,000명 당 학대피해아동 발견은 1.1명(2014년 기준)이다. 미국(9.1명)이나 호주(17.6명)에 비해서는 크게 낮지만 아동학대가 다른 나라보다 적게 발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아 학대를 당하는데도 신고되지 않는 아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방교육이 필수라는 얘기다.
신고의무자에게는 형식적으로 교육이라도 하지만 일반 성인에 대한 예방교육은 아예 없다.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아동 안전 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성폭력, 실종, 감염병, 재난대비, 교통 안전 등 안전과 관련된 모든 교육이 포함돼 있어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된 교육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학대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우리나라는 외부에서 가정 내 문제에 간섭하면 안 되고, 체벌이 오랫동안 훈육으로 허용돼 왔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바로잡는 예방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정 집단이나 연령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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