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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창리 미사일

입력
2016.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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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북한의 기술력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최근 있었던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에 고개를 꺄우뚱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직 수소탄 실험이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핵 기술을 제공한 원조이자 풍계리 핵실험 장소와 가장 가까이 있는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이 정도 얘기를 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핵과 수소폭탄 사이에 밟아야 할 여러 기술축적 단계를 북한이 건너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는 말도 있다.

▦ 사실 러시아가 예민하게 반응한 북한의 무기 시험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 2호를 포함해 미사일 7기를 한꺼번에 쏘아 올렸을 당시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는 발사 40여초 만에 갑자기 폭발했다. 그 잔해가 연해주 영해 인근에 떨어지는 바람에 러시아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기술적 결함으로 설계된 궤도에서 벗어나 러시아 쪽으로 향한 것이다.

▦ 로켓 엔진 개발 능력이 없는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에 단일 엔진을 장착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엔진을 갖다 붙여 추진력을 얻는 임시변통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궤도 이탈도 이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장을 동해 쪽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서 서해 쪽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러시아 등 주변국 반발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서해는 공해상 경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기권 탈출에 성공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도 서해 남쪽을 날아 필리핀 인근 공해에 잔해가 떨어졌다.

▦ 4차 핵실험 후 동창리 발사장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고 한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은 한 묶음이니 설사 쏘아 올린다 해도 놀라울 게 없다. 로켓 시험을 하게 된다면 페이로드(탑재 화물, 즉 탄두) 무게를 얼마나 늘렸느냐, 대기권을 벗어난 뒤 재진입을 시도할 것이냐가 초점이다. 핵탄두를 얹으려면 최소 1톤 이상 운반해야 하는데, 은하 3호에 실렸던 ‘인공위성’광명성 3호 2호기는 100kg으로 추정돼 왔다. 조잡하다던 북한의 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마땅히 제어할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 제재도 있으나마나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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