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깔끔이’ 캐릭터
김동현은 애교, 안정환은 수다로
예능 프로그램 대세로 떠올라
“봉봉아, 밥 먹자!”
솜 뭉치 같은 꼬리를 흔들며 총총거리는 비숑 프리제에게 정성껏 만든 보양식을 내미는 이는 다름 아닌 김동현(35). ‘인간 전기충격기’로 불리며 링 위에서 포효하던 거구의 이종격투기(UFC) 선수도 애지중지하는 봉봉이의 애교 앞에선 무장 해제다. 온라인 애견카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라는 그가 점퍼 속에 조심스레 봉봉이를 품고 동네 산을 오르는 모습이라니.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김동현의 순수한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어휴, 저 덩치에”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스포테이너’(스포츠 선수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들의 반전 매력이 안방을 사로잡고 있다. 2012년 현역에서 은퇴한 전 축구선수 안정환(40)과 전 농구선수 서장훈(42)도 각각 ‘수다쟁이’와 ‘깔끔이’ 캐릭터란 의외의 모습으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중이다.
지난해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과묵한 테리우스와 무뚝뚝한 축구선수의 이미지는 진작 사라졌다지만 안정환이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쉴새 없는 입담은 새삼 감탄이 나올 정도다. 현빈, 김재원 등 꽃미남 배우들과 화장품 광고에 출연했던 경험을 앞세워 “그 때는 내가 (두 배우보다) 메인(중심)이었는데”라며 거침 없는 자기 자랑으로 슬슬 입을 푼다. 곧이어 살이 쪘다는 지적에 “더 늙기 전에 원래 모습으로 한번쯤은 돌아갈 것”이라며 “내가 무슨 죄가 있어. 나라 위해 뛴 죄 밖에 더 있어?”라며 능청스러운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에 폭소가 터진다. 쉬지 않는 말재간은 함께 출연한 방송인 김성주도 당해낼 수가 없어 보이는데 방송이 끝난 뒤 온라인에는 “한 때는 꽃미모, 지금은 폭풍수다 안흥국(김흥국을 닮았다는 뜻)” “말 참고 사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결국 MBC 설특집 예능프로그램 ‘미래일기’의 출연을 확정 짓더니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셰프 원정대-쿡가대표’에선 강호동 등과 메인MC를 꿰찼다. 이 정도면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예능인으로 우뚝 선 서장훈 역시 거대한 몸집과 투박한 말투에선 상상하기 힘든 ‘정리병’ 캐릭터로 웃음을 유발한다. “더러운 재래식 화장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며 인상을 찌푸리고 냉장고 안의 유산균 음료를 유통기한 순서에 맞춰 정렬한 모습은 신장 2m의 ‘거인’ 서장훈답지 않아 시청자들의 사랑과 눈길을 더욱 모은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 선수들이 체구와는 달리 귀엽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니 시청자들은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기존 연예인보다 캐릭터 소비가 덜 된 것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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