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73세 A씨는 최근 집을 옮겼다. 이전에 살던 목동의 150㎡(45평) 아파트를 팔고 방2개가 있는 주변 89㎡(27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딸과 아들을 모두 결혼시키면서 4개나 되는 방이 필요 없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유는 또 있다.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결혼 비용을 대출로 보태줬는데 금융비용도 줄이고 남은 여생도 윤택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이 좀 좁아졌지만 살만하다. 와이프하고 더 가깝게 지내게 됐다"고 밝혔다.
사례2
38세 가장 B씨는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있는 82㎡(25평)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2015년 집 구매를 결정할 때 109㎡(33평)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포기했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맞벌이하는 부인과 딸 하나라 큰 평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였다. B씨는 "큰 평수에 살면 좋을 수도 있지만 작은 평수에 만족한다. 큰 평수는 나중에 은퇴 후에나 생각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성비(가격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사례1과 사례2의 공통점도 큰 틀에서 보면 가성비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과거 부동산이 부 축적을 위한 수단이었을 때는 되도록 큰 규모의 아파트를 선호했다. 작은 평형의 상승보다 큰 평형의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성시절에는 이사 3~4번에 10억대 이상의 집을 손에 넣는 '부동산 승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7평이하의 작은 평수의 인기가 커졌다.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주력도 10년 전 33평형에서 최근에는 25~27평형으로 작아졌다.
경제적인 상황과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 성장세가 꺾이면서 부동산이 더 이상 부 축적을 위한 수단이 되기 힘들어지고 국내에서도 장기 불황이 시작된 것이 이유다. 또 과거와 달리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언제든지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또 부동산 시장에 주 구매층이 된 70~80년대 생 들의 경우 부동산 구매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또 작은 평수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간 것은 건설사들이 제공하는 신형 아파트 덕분이기도 하다..
확장이 가능한 발코니 서비스를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실 사용공간이 크게 넓어졌다.
젊은층이나 노년층이 돈이 있어도 무리해서 큰집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뉴스테이' 등 임대형 아파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은 비용으로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명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도 인기다. 아파텔은 기존의 오피스텔보다 수면·주거 공간이 강화된 오피스텔을 말한다.
C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작은 공간에 벽이 많아지면 그만큼 손해다. 하지만 최근 주거에 대한 트렌드가 바뀐 만큼 시류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 D는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가치도 크기보다는 편의성이 더 해지고 있다. 핵가족화로 1인 가구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비교적 중형규모가 인기를 꾸준히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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