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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LCC…안전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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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LCC…안전은 '걸음마'

입력
2016.01.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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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초유의 제주공항 항공기 중단 사태가 3일째 이어진 지난 25일 새벽 고단 하루를 마친 체류객들이 제주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잠을 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출입문이 열린 채로 비행에 나서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번에는 허술한 재난 대응 및 고객 응대 시스템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커진 덩치에 걸맞게 전문성과 운영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출입문 열리고, 기압 장치 고장 나고…비상 매뉴얼도 없어

제주공항 마비 상태를 통해 LCC의 허술한 운영 시스템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항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결항 항공기 순서에 따라 대기를 안내한 대형항공사와 달리 공항에 있는 승객들에게 선착순 방식으로 대기표를 나눠준 것은 비상 매뉴얼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든 과정이 발권 창구에서만 이뤄진 탓에 승객들은 공항에서 노숙하며 무작정 기다려야 했고 공항은 극심한 혼잡에 빠졌다. 임시편 투입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항공기 수가 부족하다 보니 운항이 재개 된 후에도 임시편 투입과 승객 수송이 더딜 수 밖에 없었다.

LCC도 할 말은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현장 판단에 따라 결항과 임시편 투입 시기 등을 문자 메시지로 승객들에게 알렸지만 초유의 사태였던 만큼 혼란이 빚어졌다"며 "눈이 너무 많이 온데다 숙소도 제대로 구할 수 없었던 승객들이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 공항공사 등 관련 업계와 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다. LCC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겠다"고 사과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과하고 최근 빈번이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는 LCC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세부를 출발한 진에어 항공기가 출입문 고장으로 회항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기내압력 조절장치가 고장 난 제주항공 항공기가 압력조절을 위해 급강하 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 올해 3,000만명 이용 예상…안전 확보 못하면 외면 받을 것

LCC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국적 LCC의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대비 37.6% 증가했다. 수송분담률도 2014년 11.5%에서 지난해 14.6%로 늘어났다. 국내선 LCC 여객 수 역시 전년 대비 22.4%나 증가했고 수송분담률도 54.7%를 기록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45.3%)와 격차를 벌렸다. 국토부는 올해 LCC 이용객이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CC들도 이에 발맞춰 새 항공기를 속속 도입하고 기존 노선 증편과 신규 노선 취항 등으로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안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CC의 정비 인력은 대형항공사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2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제주항공의 정비인력은 약 240명으로 대당 약 10명 꼴이다. 반면 159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약 2,300명, 84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아시아나 항공은 약 1,330명으로 대당 정비인력이 14~16명 꼴이다. 부족한 정비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운항횟수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약 1회 이상 더 많다. LCC 항공기 평균기령은 12.36년으로 국내 항공기 평균 기령(10.36년)보다 높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LCC 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LCC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가격이 좀 싸다고 해서 안전하지 못한 비행기를 탈 사람이 없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LCC는 외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최근 발생한 LCC 비정상운항이 안전문화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하고 LCC의 안전투자 확대, 안전의식 제고 유도를 위한 '저비용항공사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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