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대만 남부에서 1,600㎞ 떨어진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주권을 선포했다. 미중 간 충돌에 대만까지 가세하면서 남중국해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8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마 총통은 이날 새벽 타이베이(臺北) 쑹산(松山)공항을 출발, 남부 핑둥(屛東) 공군기지에서 C130 수송기로 갈아탄 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의 타이핑다오(太平島ㆍ영문명 이투 아바, 베트남명 바빈섬)에 도착했다. 그는 분쟁지역에 도착한 뒤 “타이핑다오는 암초가 아니라 섬”이라며 “유엔해양법공약(UNCLOS)상 도서(島嶼)의 정의에 부합하는 만큼 ‘영해’ 이외에도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을 주장할 권리가 대만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 총통의 행보는 ‘타이핑다오는 섬이 아니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 등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남중국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타이핑다오는 대만과 1,600㎞ 떨어져 있지만 중국에선 1,000㎞, 베트남에서는 600㎞, 필리핀에선 370㎞ 거리여서 각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분쟁지역이다. 동서 1,289m, 남북 366m, 면적 0.49㎢인 이 곳을 대만은 1950년대부터 실효 지배하고 있다. 대만은 이미 활주로와 부두, 등대 등도 건설한 상태다.
대만 최고지도자가 타이핑다오를 방문한 것은 2008년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과 베트남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을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라며 비판해 온 미국도 임기 말 대만 지도자의 타이핑다오 방문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미국대만협회(대사관 격) 대변인은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대만도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고 보고 있는 중국은 손해 볼 게 없다는 태도다. 중국 매체들은 오히려 “대만이 항상 미국 말을 듣는 건 아니란 걸 보여줬다”며 미국과 대만의 균열을 강조했다. 마 총통은 당초 지난해 12월 타이핑다오를 방문하려다가 미국의 만류로 연기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는 타이핑다오 방문 시 동행할 대표를 파견해 달라는 마 총통의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이 반대한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만 매체들의 분석이다. 이는 차이 당선자의 친미 성향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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