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혜리는 2010년 9월 걸스데이 교체 멤버로 데뷔했다. 처음엔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그런 아이돌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 방이 있었다. MBC '진짜사나이' 속 애교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인기의 정점인줄 알았는데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응팔)을 만나 또 한 번 치고 올랐다. 극중 성동일·이일화의 둘째 딸 성덕선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발랄하고 명랑한 혜리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으면서 광고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100억 소녀' 타이틀을 당당히 꿰찼다.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유행어 공부를 많이 했다. 성균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는데 개그는 살리기가 어려워서 걱정했다. '아이고 성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같은 유행어도 처음 봤다. 부모님께 여쭤보니까 잘 아시더라. 부모님 세대의 추억을 위해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좋은 반응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선배들에 조언 받은 게 있나.
"배울 점이 너무나 많았다. 성동일 아빠와 이일화 엄마가 정말 도움을 많이 주셨다. 사실 아빠나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하시는 건데 챙겨듣고 포인트를 잡았다. 그런 말씀들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됐다. 기억에 남는 건 아빠가 '너 1994년도로 넘어가면 표정 많이 쓰지마'라고 쓱 하셨다. 그런 세세한 것들을 말씀해주신다."
-쌍문동 친구들은 어땠나.
"나 빼고 이미 다들 친분이 있었다. 나는 또 가수출신이라서 잘 섞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실제로 만나니까 막내라고 너무나 예뻐해주셨다. 캐스팅 때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 부담감을 덜어주시려고 많이 배려해주신다는 기분이 들었다."
-극중 러브라인으로 누굴 응원했나. 김정환(류준열)인가, 최택(박보검)인가.
"나는 덕선이를 응원했다. 누굴 만나면 덕선이가 행복할까 생각했다. 러브라인 명장면을 꼽자면 정환이와 나란히 우산을 쓰고 선우를 기다리는 장면이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정환이 방에서 누워 무의식의 대화를 나눈 장면도 기억난다. 방문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택이가 덕선이를 꼭 끌어안을 때 설렜다. 택이한테 마니또 나 아니냐면서 선물 달라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날 날씨가 정말 추웠는데 (박)보검 오빠가 반팔에 슬리퍼 차림으로 웅덩이를 뛰어넘었다."
-최택과는 키스도 했다.
"그 무렵 택이가 박력 있게 변했더라(웃음). 나도, 보검 오빠도 키스신이 처음이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아무래도 남자가 리드를 했다. 호텔 키스, 차안 키스 모두 오래 찍었다. 2~3시간 촬영한 것 같다. 그냥 키스신이 아니라 극중 감정을 이어가야 해서 힘들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덕선이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로 보이는 게 속상했다. 누가 와서 '걔가 너 좋아한대'라고 말하면 '그래? 나도 걔가 좋아' 라고 답했던 어린 시절이 있지 않나. 어리고 항상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모를 시기를 표현 했는데 연기적으로 잘 보였던 것 같다. 그 차이점을 연기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그 부분이 속상하고 아쉽다."
-'응팔'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알아보시는 연령대가 넓어졌다. 그게 정말 감사하다. 나에 대해 불확실했던 것들이 믿음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행복하다. 그냥 하나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로 시청자 마음에 오래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100억 소녀 타이틀을 얻었다.
"평생 운을 다 쓸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운이 좋다.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만났고 좋은 기회를 잡았다. 타고난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노력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내가 나서서 쟁취하려고 했던 것은 없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자신감 있게 했다. 10을 가지려고 욕심을 내면 8밖에 못 갖는 것 같다. 편안하게 10을 해내면 100이 돼 돌아오더라. 앞으로도 걸스데이와 연기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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