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듣는 올드팝 중 하나가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이다.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다. 그녀의 애잔하면서도 폭발적인 허스키 보이스는 슬픔이 이렇게도 강렬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전신으로 느끼게 했었다. 가사는 단순했다. 사랑하는 이가 이별을 고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는 것. 바가지머리 중학생 주제에 사랑이 뭔지 이별이 뭔지 알 리 만무했지만, 귀를 통한 전율만으로도 그 슬픔의 강도를 체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멜라니 사프카의 목소리는 단지 슬픔에 사무쳐 허우적대는 것 이상의 생생한 육체적 밀도를 보여준다. 마냥 처지고 징징대기만 한다면 그렇게 강하게 공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짓 찢고 육체가 거덜 날 정도의 슬픔이라는 게 외려 더 강한 삶의 의지를 부추긴다는 생각을 중학생 때도 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허나 요즘 다시 듣는 그 노래는 슬픔보다는 환희를 부르짖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슬픔은 함몰될수록 비참으로 나아간다. 슬픔은 소금과도 같다. 아플 때 더더욱 살을 지져 아픔을 깨우치면서 스스로를 극복해나가라는 것. 낮게 처지다가 갑자기 터지는 멜라니 사프카의 목소리는 그 슬픔의 반동력을 육체적으로 시연해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좋은 예술이 그렇듯 늘 현재적이다. 턴테이블에 멜라니의 엘피를 올려놓는다. 지직대는 바늘 소리. 그조차 슬픔의 따끔한 존재감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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