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라이언 앤 폭스 대표 인터뷰
“1차 성 매수 리스트(6만명)는 전체 파일의 일부만 공개한 거에요. 같은 파일에 15만명 리스트가 더 있습니다.”
2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정보 에이전시 라이언 앤 폭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웅 대표는 엑셀 파일을 훑어보며 이 같이 말했다. 이달 중순 경찰, 고소득 전문가 등이 표기된 6만명 정도의 성 매수 남성 리스트를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던 김 대표는 “1차로 공개한 파일은 전체 5개 시트로 구성된 엑셀 파일 중 1개 시트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남은 4개 시트를 한꺼번에 공개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에 공개할 파일에는 ‘병원장. 연봉 18억원’ ‘현직 경찰’ 등 성 매수 의심 남성 신원 정보부터 전화번호만 나열된 데이터까지 최소 5년 이상 쌓인 정보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1차 공개 당시 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최소한의 검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데이터 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모든 시트를 살펴볼 물리적ㆍ시간적 여력이 없었고, 파일에 들어 있는 (성매매 업계의) 은어 등도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1차 파일이 공개된 후 몇몇 언론과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정보의 신빙성에 끊임 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 때문인지 관련 수사 역시 한 발도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정보 신빙성 의심에 대해 김 대표는 파일 입수 경위를 설명하는 것으로 해명을 갈음했다.
그는 아예 기자(KBS) 시절부터 10년간 알고 지냈던 취재원 A씨와 최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기자 앞에서 날짜와 시간대별로 읽어내려 가기도 했다. 그는 “1월 6일 처음으로 (A씨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운전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7일 오전 1시쯤 ‘형님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자료가 충분히 있다고 애기를 들었는데, 이 분이 빠른 시일 내에 형님을 한 번 뵙고 싶답니다’라고 문자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A씨의 지인인 B씨가 그에게 뭔가를 제보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는 A씨로부터 대강의 경위를 파악한 뒤 7일 오후 8시쯤 B씨와 30여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9일 B씨와 만나 파일을 건네 받은 후 6시간에 걸쳐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나도 이 파일의 신빙성이 궁금해 B씨를 만나자마자 그 출처와 공개 이유를 물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B씨는 이 파일을 1년 전쯤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으로부터 받았고, 그 지인이 악덕업주로부터 안 좋은 일을 당하자 일종의 ‘대리 복수’를 하기 위해 파일 공개를 결심했다고 한다. B씨는 1년여간 몇몇 언론사에 이 파일에 대해 제보했지만 기사화 해주는 곳이 없자 지인을 통해 김 대표를 소개 받았다는 주장도 펼쳤다고 한다.
김 대표는 “파일을 받아 본 뒤 신빙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 파일은 가짜다’는 전제를 세우고 대화를 나눴다”며 “6시간의 대화를 나눴지만 아무리 검토해봐도 누군가 굳이 악의를 가지고 20여만명이나 되는 불특정 다수의 정보를 모았을 리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끝에 이 리스트가 성매매 업주와 여성들이 경찰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해 둔 파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파일이 공개된 후 경찰이 자료를 요청하자 경찰에 이를 넘겼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현행 성매매금지 특별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위해 리스트를 공개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스트의 신빙성까지 의심하는 이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라이언 앤 폭스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발 고급 정보를 한국인들에게 연결ㆍ제공하는 에이전시”라며 “정보를 수집한 뒤 보도자료 등을 통해 언론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환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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