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일본인 ‘특정실종자’ 470명 중 4분의1인 121명이 자위대나 주일미군시설 주변에서 거주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産經)신문은 28일 납치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가 2011년 6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실종자가 살거나 실종됐던 현장을 자세히 조사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조사회는 실종 당시의 주소, 마지막으로 소재가 확인된 곳 등과 자위대 및 주일미군 시설의 위치, 자위대원과 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근처의 번화가 등을 비교해 분석했다. 특히 특정실종자에는 직접적인 자위대나 주일미군시설 근무자 9명도 포함돼 있다며 북한이 시설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들을 납치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신문은 당초 북한의 일본인 납치 목적은 ▦일본인 행세 ▦공작원의 일본인화 교육 ▦일본인과의 결혼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자위대와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사회가 입수한 북한 공작조직의 교본으로 보이는 ‘김정일주의 대외정보학’에는 군사시설 주변에서의 조직구축의 중요성이 명시돼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회가 지난해 말 입수한 이 문서에는 “군사전략적으로 중요한 지대에 정보조직을 정비해 적극 활동하면 중요한 정보자료를 많이 수집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121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홋카이도가 26명으로 가장 많고, 시설별로는 홋카이도 육상자위대 주둔지 주변에서 6명, 도쿄도 후추시에 설치된 항공자위대 기지 근처 5명 등이었다. 1968년 홋카이도 북단 왓카나이시에서 1968년 실종된 사이토 히로시(당시 고교3년)는 친구집에서 저녁식사 후 외출한 뒤 그대로 소식이 끊겼다. 조사위는 당시 사이토씨의 친구집 근처에 주일미군 시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사이토씨는 이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으며 친구의 아버지가 미군시설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주변을 살피고 있던 북한 공작원의 협력자 차원에서 사이토씨의 존재가 눈에 띄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 1978년 7월 납치행각으로 국제 수배된 한 북한 공작원은 일본에서 2년간 재일조선인 여성과 동거했다고 한다. 이 공작원은 여자친구에게 신주쿠 서점에 갔을 때 자위대 비행기와 무기에 관한 책을 사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회는 향후 자위대나 주일미군 기지 주변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실종 배경에 대해 정밀 조사하고 방위성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라키 가즈히로(荒木和博) 조사회 대표는 “북한공작원이 일본내 거점을 고심하다가 자위대나 미군기지 인근을 선택한 것 아니겠냐”며 “누군가를 납치하라는 지령을 받으면 주변에 있던 인물을 데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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