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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5시간 마라톤 협상도 무산, 북핵 주도권 싸움에 제재안 한달 넘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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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5시간 마라톤 협상도 무산, 북핵 주도권 싸움에 제재안 한달 넘길 듯

입력
2016.0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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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도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는 한반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를 정확한 담판의 궤도로 돌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27일 오후 2시 45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은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광명 정대하고 확고부동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관련,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는 동참하겠지만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과도한 제재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당초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 부장의 공동 기자회견은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무려 8차례나 연기되며 결국 두 사람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회담이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양대 강대국(G2) 외교 수장의 의견차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케리 장관이 일부러 방중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안이 중국의 반대로 진전되지 않자 직접 담판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중국이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주도는 안된다”는 중국

중국이 이처럼 강경한 건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에서 “미국은 북중이 서로 싸우게 한 뒤 기다리며 힘을 비축했다 나중에 피로에 지친 적과 싸우려는 ‘이일대로’ (以逸待勞) 꿍꿍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대결”이라며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을 한미일과 한 편에 서게 해, 북핵 문제의 구도를 새로운 결로 변질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게 된 것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했기 때문인 만큼 북미가 직접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6자회담 의장국이 바로 중국이란 점도 작용하고 있다. 6자회담이란 틀은 미중 주도권 경쟁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의장국인 중국에게 유리하다. 또 한반도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깔려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6일 미국이 ‘북핵 중국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이자 책임있는 대국으로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며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간섭을 하거나 멋대로 지껄여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는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무책임한 대국인 미국이 북핵 문제를 주도하겠다며 중국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 때문에 고민하는 미국

그러나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데다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전 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생명줄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이 북핵을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지역 현안 중 하나인 북핵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주도권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안심시키면서 동맹의 끈을 단속하는 것도 필요하다. 케리 장관이 “미국은 전 세계의 미국 우방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론의 뒤엔 미중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안이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1차 핵 실험 후 유엔 제재안이 상정되는 데 1주일 정도가 걸린 데 비해 2차 핵 실험 땐 2주, 3차 실험 땐 3주 정도가 걸렸다”며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중 외교 수장 간 담판도 사실상 무위로 끝나며 이번에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중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막판에 케리 장관의 접견 요청을 수용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은 이미 신형대국관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중요한 국제 문제에 대해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며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더 많이 소통하기 원한다”고 답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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