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한 아키히토(明仁ㆍ82) 일왕이 “일본의 젊은 세대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기억을 계속 간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저녁 마닐라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열린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주재 환영만찬에서 “귀국(필리핀)에서 일본과 미국의 치열한 전투로 귀국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다쳤다”고 말한 후 “이를 우리 일본인은 절대 잊어서는 안되며, 이번 방문 기간에도 이를 깊이 마음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다카시마 하쓰히사 일왕 대변인은 “일왕은 특히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난을 잊지 않길 원한다”고 필리핀 언론에 밝혔다. 일왕과 아내 미치코(美智子ㆍ81) 왕비는 이날 오후 필리핀 최대의 전몰자 묘역인 ‘영웅 묘역’을 찾아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기간에 최소 110만여 명의 필리핀인과 51만 8,000명의 일본인이 필리핀에서 숨졌다.
환영 만찬이 열린 대통령궁 밖에서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필리핀 여성들이 일왕과의 접견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아키노 대통령이 일왕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국가배상해야 한다”고 외쳤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헤르미니오 콜로마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아키노 대통령과 일왕이 일본군 50만명의 유해를 일본으로 송환하는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1962년 히로히토 당시 일왕을 대신해 황태자로서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직 일왕으로서는 처음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일왕이 됐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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