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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MBC의 ‘증거 없는 해고’

입력
2016.0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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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 집단으로 쫓겨난 것은 유신 시절인 1975년이 처음이다. 고(故) 리영희 교수가 1971년 합동통신 부장일 때 ‘64인 지식인 성명’에 참가해 해직된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이었다. 동아일보ㆍ조선일보 기자들이 언론자유 운동에 나선 것은 1970년대 초반 언론이 지금의 ‘기레기’ 못지 않은 조롱을 받으며 화형까지 당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사 기자들은 그것을 실현하기도 전에 회사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당시 동아일보 송건호 편집국장은 이에 항의해 사표를 던졌다.

▦ 언론인들은 1980년에도 집단 해고를 당한다. 신군부가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언론인 1,000명 이상을 쫓아냈다. 이들은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한다. 언론인 해고가 언론운동을 촉발한 셈이다. 1990년대 이후는 방송사의 해고가 많다. 직원들은 권력 추종 경영진을 거부한다며 파업 등에 나섰다. KBS에서는 1990년 서기원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다가 아홉 명이 해고됐고 2009년 이병순 사장에 반대하다가 세 명이 해임 또는 파면됐다. YTN에서는 이명박 캠프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에 반대한 기자 여섯 명이 해고됐다.

▦ MBC는 2012년 170일의 최장기 파업을 했다. 공정방송 회복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던 이 파업으로 여섯 명이 해고됐는데 거기에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포함됐다. 파업 지도부가 아니라 일반 조합원이었던 두 사람의 해고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최근 그 이유가 밝혀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014년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등과 만나 “최승호와 박성제는 증거가 없지만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이 발언은 두 사람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가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관련 경영진의 사퇴와 해고자 복직을 촉구해 사회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통상(일반)해고 지침과 이번 사건을 연결하기도 한다. 최승호 박성제 두 사람이 해고된 과정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저성과자 낙인을 찍어 쫓아낼 수 있는 셈이다. 말끔한 해명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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