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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딸을 장기간 감금한 채 굶기고 때린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와 계모가 첫 재판에서 학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딸의 머리카락을 남자아이처럼 짧게 자르는 등 추가 학대 사실도 재판에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신상렬) 심리로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현재 12세)양의 아버지 B(33)씨와 계모 C(36)씨, C씨의 친구(35ㆍ여)씨는 검찰 측 공소요지에 대해 “(다) 인정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B씨는 녹색 수의를, C씨와 D씨는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해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재판장 질문에만 작은 목소리로 짧게 얘기했다. 앞서 C씨는 1차례, D씨는 4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B씨는 1차례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검찰 측 공소요지에 따르면 B씨 등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A양을 3,4일씩 벽을 향해 손을 들고 있게 했다. 또 B씨 부부는 배우지 않은 수학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이유로 A양을 손과 구둣주걱으로 최대 20차례 때리고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A양의 후견인 역할을 맡은 어해룡 인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이는 병원 치료를 다 끝내고 보호시설에서 보호 받고 있다”며 “(현재 상태는) 병원에서 보다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견 당시 몸무게가 16㎏에 불과했던 A양은 20일 병원 퇴원 때 몸무게가 23.5㎏까지 늘었다.
B씨 등 3명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 10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B씨 등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강북구 한 모텔과 인천 연수구 자신의 빌라에서 A양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집에서 스스로 탈출한 A양은 발견 당시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고 영양 결핍, 빈혈 등 증상을 보였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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