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사료를 먹고 낮에는 반려견 유치원에 가고…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면서 사람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 반려견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집 안에서 키우는 이른바 ‘애완견’에나 해당하는 일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예전부터 마당에서 묶어 키워온 황구, 백구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용으로 더 비싸게 팔리는 개
국내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는 종류는 도사견과 도사누렁이(덩치를 키우기 위해 만든 혼혈견)와 이른바 토종 황구, 백구들이다. 하지만 개농장주들은 토종견들을 더 선호한다. 우리 토종견이 더 맛있다며 도사견종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도견과 닮은 토종 혼종견들은 영리해 허술한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경우 탈출하는 사례가 잦고, 결국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오게 된다.
카라는 최근 식용개 농장에서 진도견이 섞인 토종견과 강아지들을 구조했다. 이맘때 식용개 농장에는 2,3개월 된 강아지들이 유독 많은데, 개농장주들이 다음해 여름 보신탕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가을에 개들을 교배시키기 때문이다. 개농장주들은 강아지들을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장)에 가두고 닭 부산물 날 것이나 잔반을 주면서 무게를 늘려나간다. 이들은 개들이 몸집이 최대로 커지는 10개월이 되는 여름에 도살해 600g당 4,500~6,000원을 받고 판매한다.
마당에서 방치되다 유기되는 개
우리나라 반려인들은 집 안에서 사는 반려견과 이른바 마당에서 묶어서 키워도 되는 혼종견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당이나 바깥에 방치하면서 키우는 개들은 대부분 토종 혼종견들이다. 중성화 수술이나 내장형 등록 칩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캐들은 발정이 나면 집을 나오게 되고 결국 유기견이 되는데 혼종견을 키우는 대부분의 주인들은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유기동물 보호소들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할 때 토종 혼종견의 경우 대부분 주인들이 찾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체중을 부풀려서 올린다는 것이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개들을 안락사할 때 사체 처리비를 추가로 지급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설사 주인들이 개를 찾고 싶어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찾기가 어려워진다.
카라가 경기도의 한 지역 보호소에 들어온 진도견(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 진도견뿐 아니라 진도견과 외모가 비슷한 토종견도 진도견으로 분류) 40마리의 평균 체중은 32㎏이었다. 하지만 이는 보호소들이 조작한 것으로, 실제 입소한 개들의 평균 체중은 겨우 18.9㎏으로 나타났다.
야산에서 살아남았다가 안락사되는 개
한 때는 반려견이었지만 재개발로 인해 버려진 토종견들은 인접한 산이 있는 경우 산으로 들어가 야생의 삶을 살기도 한다. 실제 2009년부터 북한산에서 포획된 유기견 수만 315마리다. 이른바 들개로 불리는 토종견들은 재개발 지역에서 버려진 유기견과 그 새끼들인데, 워낙 영리한데다 민첩해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난 해 11월부터 북한산에서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전문 포획업자들이 마취총으로 포획을 하고 있다. 포획된 개들은 주인 외의 사람에게는 공격성을 보이는 진도견의 특성이 나타나고 입양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 새 가정에 입양되기 보다는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예전부터 키워오던 진도 혼종견, 토종 황구 백구가 가장 광범한 구조적 학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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