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필귀정… "공소시효 끝나고 밀항" 주장 살인범, 범행 16개월만 밀항 들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필귀정… "공소시효 끝나고 밀항" 주장 살인범, 범행 16개월만 밀항 들통

입력
2016.01.27 18:02
0 0
내연녀 남편 살해범 밀항 경로도. 슈퍼 여주인과 불륜에 빠진 전도유망한 20대 양궁선수는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밀항했다가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귀국했으나 엄벌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제공
내연녀 남편 살해범 밀항 경로도. 슈퍼 여주인과 불륜에 빠진 전도유망한 20대 양궁선수는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밀항했다가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귀국했으나 엄벌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제공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내연녀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한 전직 양궁선수가 공소시효가 끝난 뒤 출국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사건발생 16개월 만에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이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대구지방경찰청으로부터 내연녀 남편 살해사건을 송치 받아 조사한 결과 피의자 주모(41)씨가 사건발생 이후 전국을 돌며 도피하다 16개월 만에 위조여권으로 내연녀 유모(48)씨와 함께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주씨 등을 살인, 사체유기, 공문서위조, 밀항단속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내연녀 남편에게 “내연녀와 이혼하라” 살해

검찰에 따르면 주씨는 1996년 12월8일 대구 달성군의 한 주차장에서 내연녀 남편을 불러내 “이혼하라”며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구마고속도로 옆 수로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태운 뒤 유씨와 함께 경북 경주시, 전북 군산시, 인천 등지를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하다가 1998년 4월 1일 위조여권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주씨 등은 사건발생 후 국내에 숨어 지내다 살인사건 공소시효 15년(2011년 12월7일 24시)이 완성된 이후인 2014년 4월경 중국으로 밀항했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중국 공안에 밀입국했다고 자수한 뒤 지난달 30일, 이달 6일 각각 강제출국 형식으로 송환된 주씨 등이 사건 이후 국내 흔적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보고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나 밀항시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 이전 양궁선수 합숙소에서 생활하던 주씨는 숙소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던 유씨를 만나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고, 유씨가 남편과 함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자 그리움을 잊지 못해 남편을 불러내 이혼을 요구하다 살해했다.

브로커 통해 위조여권 마련… 일본서 빠찡꼬로 돈 벌어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분리신문과 친인척 국내ㆍ국제 통화내역, 출입국내역 조회 등을 통해 내연녀의 언니가 밀항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밀항 증거를 찾아냈다. 내연녀 언니의 주거지에서 주씨 등이 밀항에 사용한 위조여권 사본과 일본, 중국 등에서 찍은 사진첩, 국내외 도피행적을 기재한 메모지를 발견하고 추궁한 결과 밀항 과정을 밝혀낼 수 있었다.

도피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주씨는 일본에서 4년여 체류하며 빠찡꼬 브로커 노릇으로 비교적 많은 재산을 모았고,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직후인 6월 말 다시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만리장성을 여행하는 등 진짜 부부처럼 행세해 왔다. 내연녀의 언니 부부는 2010년, 2013년 2차례나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이들 내연남녀의 도움을 받아 중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자수하는 바람에 들통

영원히 미궁에 빠질 것 같은 이 사건은 주씨 일당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여기고 중국공안에 제 발로 걸어가 자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이들의 밀항 사실을 몰랐던 수사당국은 2011년 12월 7일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영구미제 처리한 상태였다. 그 사이에 내연녀 유씨는 실종신고로 법원 판결을 통해 2004년 9월 사망 처리됐다. 하지만 이는 살인범 일당의 오판이었다. 형사소송법에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경찰에 체포된 뒤 이 같은 규정을 피하려고 공소시효가 끝난 뒤 밀항했다고 주장했지만 밀항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공소시효 완성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들은 공소시효가 끝날 줄 안 2012년 초부터 국내 친인척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중국 내에서 축적한 재산을 반입하는 등 귀국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위조여권을 만들어 귀국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지난해 11월 주 상하이 총영사관을 찾아가 밀항 사실을 자수했고, 중국 공안에 인계된 후 단식투쟁을 하며 조기 송환을 요구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우리나라 살인사건 공소시효는 15년이었으나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08년 이후 발생한 사건은 25년으로 1차 연장됐다. 이어 지난해 ‘태완이법’으로 개정되면서 2015년 7월31일 이후 사건과 그 이전에 범한 살인죄 중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에 한해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