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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사퇴하는 문재인, ‘금괴왕’ 된 사연

입력
2016.01.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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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문재인 대표의 퇴직금으로 선물한 금화 모양의 초콜릿.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문재인 대표의 퇴직금으로 선물한 금화 모양의 초콜릿. 더불어민주당 제공

353일 만에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괴 왕(王)’이 됐습니다. 문 대표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공식 사퇴하기에 앞서 중앙당 당직자과 가진 오찬에서 퇴직금으로 상자 안에 금화를 한 가득 담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실제 금은 아닌 금화모양의 초콜릿이었지만, 문 대표는 그 어떤 선물보다 기뻐하며 함께 한 당직자들에게 한 움큼씩 나눠줬다 하네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당 당직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선물로 받은 금화모양의 초콜릿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당 당직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선물로 받은 금화모양의 초콜릿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

떠나는 문 대표의 퇴직금으로 꽃다발 등 일반적인 선물이 아닌 다소 독특한 금이 등장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사실 문 대표에게 금 200톤에 달하는 비자금이 있다는 괴소문이 번진 적이 있는데요, 지난해 말 한 남성이 부산 사상구에 있는 문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에 들어가 문 대표의 금괴를 언급하면서 사무실 직원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기도 했죠. 이에 앞서 다른 남성은 서울시청 앞에서 ‘문재인 비자금, 1조원짜리 자기앞수표 20장, 20조원과 금 200톤을 찾아 즉각 환수하라’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문 대표에게는 ‘금괴 왕 문재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죠. 이에 당직자들은 “금괴는 댁에 많으실 테니 금화를 퇴직금으로 드리겠다”는 멘트와 함께 금화 모양의 초콜릿들을 전달, 그 사건을 패러디하며 문 대표와 유쾌한 이별을 한 겁니다. 같은 날 오전 문 대표는 마지막으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에 대한 헌신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총선승리로 함께 하겠습니다’이라고 적힌 카드와 함께 화분 하나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2ㆍ8 전당대회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된 문 대표의 353일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취임한 지 채 두 달 정도 지나 치러진 4ㆍ29 재보궐 선거에서 선거구 4곳 모두에서 패배하며 책임론이 대두됐죠. 이후 오늘까지 그는 끊임없는 사퇴 요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과 계파갈등, 혁신위원회 출범, 재신임 투표 제안 및 철회, 안철수 의원의 탈당, 당명개정 등 굵직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죠. 마침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야 문 대표는 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사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사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지도부가 더 이상 정상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 구성되는 통상의 비대위와는 다르게 문 대표는 직접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며 자신의 손으로 끝을 냈습니다. 문 대표는 사석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당을 잘 이끌어 나가실 것”이라며 “본인의 실력에 더해 정무적 판단력까지 뛰어나신 분은 (김 위원장 말고는)없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내는 등 신변정리를 했다고 합니다.

또 당내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과 야권 신당출현 등 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표창원 교수를 시작으로 한 인재영입과 ‘신의 한 수’로 꼽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문 대표에게 그 어느 때보다 큰 격려와 성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해 슬픈 영화를 보면 곧잘 눈물을 짓는다 알려졌지만 워낙 자신의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는 문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는 순간 홀가분함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내비쳤습니다.

이날 문 대표는 중앙위원회의에서 “끝이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그가 18대 대선 패배를 돌이켜보며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의 제목과 같습니다. 최근 문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밝힌 문 대표는 29일 본가가 있는 경남 양산에 머물며 설까지 휴식을 취할 계획입니다. 0127, 끝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문 대표의 ‘시작’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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