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제재가 목적 되면 안 돼”
5시간 격론에도 이견 못 좁혀
유엔 제재 결의안 제동 걸릴 듯
“韓 사드 도입 땐 대가 치를 것”
中 관영매체, 강력 경고하기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망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끝내 거부했다. 이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제재 결의안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다. 특히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제재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미 양국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도입에 대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미중 양국은 27일 베이징에서 외교 장관 회담을 갖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위에 대해 5시간이나 끝장 토론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의 구체적인 조치에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추가 결의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구체적 조치는 도출하지 못한 채 사드를 둘러싼 갈등만 격화시킴에 따라 북핵 실험 이후 동북아 질서의 불안정성마저 커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 이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유엔의 새 제재안에 대해 합의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는 이야기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케리 장관은 다만 “북중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이 앞으로 유엔이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한 영역”이라고도 중국측을 압박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 개발은 전 지구적 도전이자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미국과 전 세계 우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왕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 아주 깊이 있고 전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안정 중 그 어느 것도 빠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또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며 사실상 초강력 제재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서 중국은 대국으로서 광명정대하고 확고부동한 태도로 희로애락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며 “중국도 안보리가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고 새로운 결의를 마련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새로운 결의는 긴장을 더 고조시키고 한반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 핵 문제를 정확한 담판의 궤도로 돌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과 관련, 중국의 동의를 촉구하기 위해 방중한 케리 장관은 사실상 빈 보따리로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됐다. 미국은 이날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북한의 중국 내 위안화 계좌 동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고강도 제재에 대해선 완강하게 거부했다. 양국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이날 오전 9시45분 시작된 회담은 오후 2시45분까지 5시간이나 이어졌다. 양국은 오찬장에서도 격론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하며 사드를 도입할 경우 이로 인한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사설을 실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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