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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 백남준 작품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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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 백남준 작품을 영원히”

입력
2016.01.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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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맞아 ‘보존 대책’ 심포지엄

“작가 생전에 일부 작품 수정 허가

망가지고 있는 다다익선 등 복원을”

삶과 작품 기리는 전시회 등 잇달아

백남준 10주기를 맞아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비디오 조각 보존과 뉴미디어 아트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노암 세종문화회관 시각예술 전문위원, 마크 파스팔 신시내티대 교수, 폴 게린 비디오아티스트,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 김정화 카이스트 교수.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백남준 10주기를 맞아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비디오 조각 보존과 뉴미디어 아트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노암 세종문화회관 시각예술 전문위원, 마크 파스팔 신시내티대 교수, 폴 게린 비디오아티스트,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 김정화 카이스트 교수.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남준의 천재성이 빛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공동작업에 탁월했고, 비전을 현실로 실현해 줄 사람들을 가까이 뒀다는 것. 주변 이들에 대한 이런 신의와 우정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훌륭한 재능이었죠. 이제 우리는 그의 업적을 지켜야 합니다.”(마크 파스팔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백남준(1932∼2006) 타계 10주기(29일)를 앞두고 ‘백남준의 동료들’이 마주앉았다.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백남준 비디오 조각 보존과 뉴미디어 아트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 파스팔 교수 등은 “정통성을 훼손하지 않고 백남준 작품세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소장자, 관리자의 재량과 섬세한 대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986년 칼 솔웨이 갤러리의 후원으로 신시내티에 들어선 ‘백남준 공장(Paik’s Factory)’에서 숱한 작업을 함께 해온 파스팔 교수는 당시 이곳이 “백남준의 창의성으로 쉼 없이 굴러가는 예술 공방이었다”며 “프로젝트가 하나뿐인 경우는 거의 없었고, 겨울이 와 마이애미로 떠날 때면 언제나 그는 다음 작업에 대한 열두 개쯤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갔다”고 회고했다.

파스팔 교수는 1993년 애너하임 경기장에 설치한 ‘애너하임 아치’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조형물을 설계하고 구조공학자의 허가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거친 일화를 소개하며 “몇 년 뒤 경기장 스코어보드를 떨어뜨릴 정도의 강력한 지진이 있었지만 아치만큼은 멀쩡했다”고 말했다.

백남준이 작품수집가에게 “작품의 정통성이 훼손되지 않는 한 일부 종류의 수정을 허가한다”고 적어준 메모를 소개하며 “텔레비전 표준이 지속적으로 달라지고 작품에 사용된 모니터 등이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작품을 보존하고 비전을 유지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페인팅 작품의 경우 새삼 논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작품 보존 노하우가 누적돼 있지만 미디어아트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며 “작품을 소장한 소장자가 각자 작품의 미래를 위해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고인이 ‘다다익선’을 계획할 때부터 10년이면 수명을 다할 모니터를 (향후)당연히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심하지 못한 작업은 작가 정신이 녹은 소프트웨어 등에 회복불능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작품의 장기보존을 위해 작품 외에도 스튜디오에 남은 모니터 120대 전부를 구입한 미국 등의 사례에 비해 국내에서는 예산상의 부담으로 이런 노력들을 차일피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1980, 90년대 공동작업에 참여해 온 비디오 아티스트 폴 게린은 “브라운관이 노후해 ‘다다익선’의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며 “미래세대에 이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평면 화면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남준이 살아있었다면 태양열과 풍력에너지로 ‘다다익선’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최신의 기기, 방법, 매체로 그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삶과 작품을 기리는 전시, 퍼포먼스 등이 잇따라 열린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는 29~31일 추모행사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을 진행한다. 미래의 다채널 방송국을 형상화한 작품 제목을 본뜬 행사는 29일 오후 2~3시 추모식으로 시작된다. 추모식은 백남준아트센터와 유분(遺粉)을 안치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박승원 작가의 고양 스튜디오를 연결해 진행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이날 개막하는 추모특별전 ‘다중시간’은 7월 3일까지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주요작품 세계를 반추하는 전시 ‘백남준, 서울에서’를 선보인다. 특히 고국에서 펼친 활동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 전시에서는 백남준이 자신과 함께 플럭서스(Fluxusㆍ전위예술 운동) 흐름을 이끈 독일 작가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인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와 관련된 기록이 26년 만에 공개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6월 14일부터 7월 31일까지 영상,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자료를 내놓는 10주기 추모전을 여는 한편, 유년시절 집터에 조성하는 기념관을 고인의 생일인 7월 20일에 맞춰 개관할 계획이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다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4)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2006년 백남준 별세 당시 본관에 전시중인 고인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ikhong@hankookilbo.com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2006년 백남준 별세 당시 본관에 전시중인 고인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ik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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