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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가, 무슬림형제단 몰아내려 말레이 총리에 ‘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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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가, 무슬림형제단 몰아내려 말레이 총리에 ‘기부금’”

입력
2016.01.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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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집 라작(가운데) 말레이시아 총리. AFP
나집 라작(가운데) 말레이시아 총리. AFP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2013년 말레이시아 총선 당시 나집 라작 총리에게 6억8,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사우디 내 소식통을 인용해 “2013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의 승리를 돕기 위해 사우디 왕가가 나집 총리에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 검찰은 앞서 나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 왕가가 준 개인적인 기부금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지만 BBC는 사우디 왕가가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형제단과 가까운 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당을 지원했다고 추정했다.

2013년 총선은 당시 야권 3당 연합인 국민연합(PR)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며 60년 만에 정권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사우디 왕가의 지원을 받은 나집 총리의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주도한 BN이 총선에서 전체의석인 222석 중 133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BBC는 “사우디 왕가가 준 비자금이 여론전을 위한 홍보팀 고용, 집권당의 사회프로그램 자금 지원 등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왕가가 나집 총리를 지원한 것은 PR에 무슬림형제단의 영향을 받은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이집트에 기반을 둔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원리주의 국가 건립을 목표로 중동국가들에서 암살과 테러 등을 저질러 사우디는 2014년 3월 알카에다 등과 함께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사우디 소식통은 BBC에 “사우디는 과거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요르단과 모로코, 이집트, 수단 등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비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다”며 “특히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할 때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왕가는 2013년 5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말~4월초에 나집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6억8,100만달러의 거액을 비밀리에 지원했다. 사우디 소식통은 “자금은 사우디 최고지도자였던 압둘라 전 국왕의 승인을 받아 전달됐다”며 “국왕의 개인자금과 국가펀드에서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말레이 검찰은 나집 총리가 직무와 연관해 대가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사우디 왕가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나집 총리는 사우디 왕가로부터 받은 돈의 91%인 6억2,000만달러를 갚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나머지 6,100만달러에 대해서는 뚜렷한 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횡령과 뇌물 제공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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