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8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폭스(FOX)뉴스 주관의 제7차 공화당 후보 TV토론에 불참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아이오와 코커스를 불과 엿새 앞두고 중요한 유세 기회인 TV토론 참여를 취소한 것은 진행자인 여성 앵커 메긴 켈리와의 ‘불편한 악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아이오와 주 마셜타운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토론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아이오와에 머물며 다른 일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선거 사무장인 코리 레와노도오스키도 이날 “트럼프는 토론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불참계획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측은 28일 일정에 대해 아이오와에서 상이용사와 퇴역군인을 위한 모금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26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토론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모금행사가 아닌 켈리와 마주치는 상황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제1차 TV토론 진행자였던 켈리는 트럼프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격분한 트럼프는 외모가 아름답지만 머리가 나쁜 여성을 뜻하는 ‘빔보(Bimbo)’로 켈리를 칭하면서 생리현상 때문에 예민해졌다고 비꼬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트럼프는 보수언론으로 자신의 우군이 될 수 있는 폭스뉴스와 사이가 멀어졌고, 급기야 TV토론마저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레와노도오스키 사무장은 “불참 결정은 폭스뉴스 주관 토론에만 적용되며 트럼프는 이후 다른 토론에 대해 개방적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켈리 때문에 자리를 피한 것이란 점을 시인한 셈이다.
트럼프가 이날 토론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소식에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회장은 “켈리는 훌륭한 언론인이며 우리는 그를 지지한다”라며 “트럼프의 참석여부와 관계없이 켈리는 28일 무대를 이끌 것”이라고 공표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