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장애로 제대로 뛸 수 없었던 강아지를 발로 걷어차고 법정에서는 “강아지가 먼저 덤벼 들었다”고 주장한 이웃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홍득관 판사는 치료비 140만원이 나올 정도로 강아지를 다치게 한 혐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73)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6월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라 현관에서 아래층에 사는 A씨의 반려견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자신을 보고 거세게 짖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씨의 품에 있던 강아지는 마당의 나무를 가위로 다듬던 최씨를 향해 마구 짖었다. A씨는 강아지를 진정시키려 집 현관에 데려다 놨다. 하지만 강아지가 계단을 올라 집으로 가던 최씨를 보고는 다시 흥분해 짖어대자 최씨는 홧김에 발길질을 했던 것이다. ‘깨갱’하는 강아지의 비명을 들고 1층 현관으로 달려간 A씨는 코 등에 피를 흘린 채 비틀거리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위층에 사는 최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최씨는 법정에서 “개가 이빨을 드러낸 채 짖으려 나를 향해 달려 들었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형법 22조에는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는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홍 판사는 “강아지가 먼저 달려들어서 그랬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메라니안 종인 강아지는 양쪽 뒷다리 무릎뼈 장애로 제대로 뛸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종의 강아지는 대체로 다리 골격이 약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홍 판사는 “강아지의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동은 위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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