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틀렸다

백 박영훈 9단

흑 강병권 4단

참고1도

참고2도

<장면 5> 백이 우변에서 △로 젖혔을 때 강병권이 먼저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받은 게 정확한 수순이다. 이때 백도 잘 둬야 한다. 덜컥 <참고1도> 1로 잇는 건 위험하다. 흑이 2, 4, 6을 선수한 다음 8로 퇴로를 차단하면 백 대마 전체가 두 집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박영훈이 4로 막아서 집 모양을 확보했지만, 강병권이 5로 백 한 점을 단수 쳐서 중앙이 무척 두터워졌다.

그래서 박영훈이 얼른 6으로 뛰어나가서 중앙 흑 세력을 지우면서 잠시 후 실전에서 나오듯이 중앙 백돌이 14로 빠져나오는 뒷맛을 노렸다. 실은 백이 지금 당장 14로 둬도 축이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흑에게 하변 부근에서 축머리 활용을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미리 이에 대비한 것이다.

한데 이때 강병권이 7로 하변 쪽을 먼저 둔 게 이른바 ‘상대의 손 따라 둔 수’로 대단한 방향착오다. 지금은 당연히 <참고2도> 1로 축머리를 겸해서 중앙을 지키는 게 올바른 응수였다. 박영훈이 재빨리 8~12를 선수 해서 응급처치를 한 다음 14로 중앙 백돌을 살려내자 흑의 두터움이 단박에 빛을 잃었다.

박영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