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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팔' 김선영, "봉황당 프러포즈 가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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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팔' 김선영, "봉황당 프러포즈 가슴 두근두근"

입력
2016.01.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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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민환기자

흔히 신인 배우는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들을 한다. 그 '사람 냄새'라는 걸 김선영을 만나고 알았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진심이다. 물음 하나하나 정성껏 답한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결코 거만하지 않다. 스쳐 지나갈 반짝 인기라며 동요하지도 않는다. 인터뷰 막바지엔 와줘서 고맙다며 손을 잡는데 마음의 온기가 전해졌다. "사람을 사랑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다"는 그의 연기 철학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알았다. 김선영은 사람을 사랑하고, 연기를 갈망하는 천상 배우였다.

-극중 모습과 사뭇 다르다. 가발 속에 세련되고 예쁜 언니가 숨어 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 몸매는 글래머라 자신 있는데(웃음). 처음엔 가발을 벗으니까 긴가민가 하더라. 화장을 해도 알아보고, 특히 아저씨들이 잘 알아본다. 사실 촬영하고, 아이 보고, 살림하느라 집밖에 잘 못나갔다."

-제작진이 어떻게 캐스팅했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tvN '꽃할배 수사대'와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저 일반인은 누군데 자꾸 나오지'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고 한다. 그게 나다. 나를 알아봐주고 미팅에도 불러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걱정도 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대박난 제작진이니 얼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시골 청년회 느낌이었다."

-캐릭터에 본명을 사용했다.

"깜짝 놀랐다. 극중 인물이 나랑 굉장히 닮았다.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연기가 더 안됐다. 제작진이 나를 뚫어지게 관찰하고 만든 걸까. 내가 감정기복이 있다. 극중에서도 시어머니 일로 엄청 울었다. 실제로 잘 울고, 잘 웃는다."

-아들 고경표와 딸 김설과의 호흡이 궁금하다.

"설이는 실제로 딸과 동갑이다. 애정이 많이 갔다. 촬영을 같이 한 아이가 아니라 내가 키운 아이다. 설이는 아마 알 거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우는 연기 할 때 못 챙겨줬 거다. 내 감정 잘 잡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고)경표랑은 정말 울고 불고 했다. 앞에서 너무 울어 눈물이 안 나는 상황인데 경표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안아주는데 복받쳐서 눈물이 쏟아졌다. 둘이 마지막 촬영 때 많이 울었다. 경표는 꼭 다시 볼 거다."

▲ 임민환기자

-최무성과의 러브라인은 어땠나.

"나보고 '어남봉'(어차피 남편은 봉황당ㆍ'응팔'에서 최무성이 금은방 봉황당을 운영했다)이라고 하더라. 멜로가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하면서 알았다. 너무 좋았다. 하하. 프러포즈 장면을 찍을 땐 진짜 가슴이 두근거렸다. 끝나니 쓱 사라졌지만 순간 혹 했다. 나나 오빠나 기혼이라 그렇지만, 미혼 남녀가 멜로를 할 때 안 사귀면 이상한 거다. 이왕 시작한 멜로니까 감독님한테 키스신을 넣어달라고 했는데 손도 한 번 못 잡아보고 끝이 났다."

-애정씬이 없어 많이 아쉽나.

"아니다. 내 러브라인으로 악플이 달렸던데 키스신이 있었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지 모른다. 댓글을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디시인사이드에서 보는 방법을 배워서 몇 개 읽었다. (최)무성 오빠가 멋있어 보였는데, 읽고 나니 몰입이 안됐다. 선우 엄마의 러브라인이 많다는 불만들이 있었다. 다들 류준열을 원하는데, 내가 많이 나오나 괜히 고민하게 됐다. 결론은 알려지니까 댓글도 달리는 법 아니겠나. 감사하다. 다만 연기에 방해되니까 그 후론 읽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설거지하고 밥하는 집안일에 비하면 촬영이 쉽다. 촬영장 가는 게 정말 좋았다. 남편(영화감독 이승원)이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 집안일은 내가 전부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돌겠더라. 막판 2주만 촬영이 조금 바빠서 집안일을 쌓아뒀다. 주부로는 자격미달이다. 하지만 음식은 맛있게 한다. 극중엔 요리를 못하는 모습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두, 세 개 동시에 요리도 가능하다(웃음)."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연기는 사랑이 핵심이다. 사랑을 무게로 잴 수 없지만 관객들은 다 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이 없는 연기는 표가 난다. 관객들이 돈을 내고 내 연기를 보러 오면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배우는 관객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아무리 못해도 동조라도 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카메라 연기는 아직 모르겠다. 그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드라마 생각이 왜 없었겠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사람이 수두룩한데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써주나. '호텔킹'으로 처음 드라마를 했는데 그 무렵엔 프로필을 돌린 것도 아니고 소속사가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애기 낳고 돈이 없어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님이 알람을 맞춰놓고 드라마를 보시더라. 그 좋아하는 드라마에 내가 나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내가 효도를 하려면 드라마를 해야겠구나. 부모님 생각하니 울컥한다(눈물). 애기 낳아보니 그렇게 달라지더라."

▲ 임민환기자

-'응팔'로 얻은 게 있다면.

"사람이다. 쌍문동 언니들(라미란 이일화)이랑 고등학생처럼 놀았다. 화장실도 같이 갔다. 친해지니까 연기가 편해졌다. 극 안에서도 자주 만나니 연기하면서 더 친해졌다. 나중에는 미란 언니만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응팔'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쌍문동 거리가 환상이었다. 그 당시를 고스란히 옮겨놨다. 내 정서가 늙어서 그런지 '전원일기'를 좋아한다.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그런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응팔'로 이룬 것 같다. 현대판 '전원일기'다.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가족애를 담은 드라마를 하고 싶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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