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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 이성민 “연기파? 집에선 분리수거 도맡는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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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 이성민 “연기파? 집에선 분리수거 도맡는 가장”

입력
2016.01.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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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이성민은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유독 잘 사는 배우다. ‘파스타’ ‘골든 타임’ ‘미스코리아’ 등에서의 이선균과 그랬고, ‘미생’의 임시완과도 그랬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서로 주고 받으며 인간미를 팍팍 풍기는 연기들은 보는 즐거움의 흥미를 가중시킨다. 이성민이 데뷔 30년 만에 원톱 주연의 영화에서 생물이 아닌 로봇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로봇, 소리’(27일 개봉)는 이성민과 로봇이, 아니 이성민의 뛰어난 연기 덕에 차가운 금속과도 케미가 발산하는 느낌을 받는다. ‘로봇, 소리’는 2003년 대구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와 세상의 모든 소리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로봇의 동행을 그린다. 이성민은 사라진 딸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안고 흔적을 찾는 아빠 해관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부성애를 스크린에 가득 펼친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로봇이 등장한다.

“실은 촬영 전에 상상을 더 크게 했다. 이호재 감독과 얘기할 때는 SF영화였다. 소리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더욱 크게 표현해 보는게 어떠냐고 얘기했다. 뻘을 뛰겠다고도 했지만 어차피 촬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콘티대로 얌전히 갔다.”

-흥행 걱정은 없나.

“(흥행보다) 새롭고 신기한 작업을 한다는 생각이 컸다. 흥행은 의식하지 않지만 늘 기본적인 부분인데 홍보를 시작하면서 염려가 됐다. 흥행이 절박한가 보다. 신경이 쓰인다.”

-만약 SF장르였다면.

“그래도 했다. 기계랑 연기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니어서 출연했을 것이다.”

-딸을 잃은 아빠의 슬픔이 절제가 됐다.

“이 감독이 과한걸 잘 안했다. 절제할 줄 알고 자제했다. 슬픔도 줄였다. 결과적으로 해관의 감정선과 영화의 감정선이 동일하게 갔다.”

-어떤 장면이 슬펐나.

“해관과 딸 유주의 마지막 통화, 공원에서 유주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장면에서 터졌다. 아니 10년 동안 못듣던 딸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울지 않겠나. 함께 촬영한 곽시양과 펑펑 울었는데 편집됐다. (곽)시양이가 아쉬울 것 같다. 원래 이 장면도 울고, 안 울고 여러 버전이 있다.”

-편집된 장면이 또 있나.

“지하철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하는 장면도 딱 두 커트만 썼다. 대구지하철 사고를 의식해 조심했던 부분이었다. 결국 감독의 생각이 옳았음을 인정한다.”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감정이 없는 로봇과 연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로봇이 주는 정보에 의해 연기를 하면 돼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연기할 상대를 대역으로 하면 더 힘들지 내가 해야 될 연기만 신경 쓰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연기와 로봇 동작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

-해관과 로봇의 교감이 눈에 들어온다.

“해관은 처음 로봇 안에 입력된 정보를 보는데 점점 소리라는 로봇 자체를 보게 된다. 정보를 교환하다 어느새 마음을 교환하는 사이가 된다. 천문대에서 함께 하늘을 보는 장면이 묘했다. 소리에게 춥다 들어가자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소리라는 어떤 자아에게 영향을 받은 듯 해서 섬칫했다.”

-딸 찾는 아빠의 연기는 어떻게 연기했다.

“사실 그동안 검사 의사 범인 등 캐릭터 대부분을 모방하려 하지 않았다. 살아온 세월이 다를 뿐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러나 해관은 나와 마찬가지로 딸을 가진 아빠여서 머리로, 정서가 이해가 갔다.”

-어떤 장면에서 공감대가 컸나.

“극중 어린 유주의 아이스크림을 뺏어먹는 모습은 실제 나와 참 많이 닮았다. 나도 그랬다. 아이가 어릴 때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기억났다. 신맛이 나는 사탕을 먹을 때 찌푸리는 인상을 좋아했다.”

-로봇 소리는 딸을 대신하는 존재인가.

“딸에게 못했던 것을 해주고, 못했던 말을 할 수 있게 해준 매개체가 아닐까. 하늘이 준 딸의 분신으로 생각된다.”

-실제 아빠 이성민은 딸에게 어떤가.

“공교롭게도 영화를 촬영할 때 애가 무섭다는 중2에 올랐다. 실제로 딸과 충돌도 있었다. 당시에 딸이 이유 없이 짜증을 많이 냈는데 촬영하면서 이해가 됐다. 영화에서 딸과 싸우는 신이 비슷하게 와 닿았다.”

-집에서는 어떤 가장인가.

“평범하다. 쉬는 날 분리수거도 직접 한다. 가끔 배달 온 아저씨들이 날 보고 허걱할 때도 있는게 특별한 정도? 딸 친구들이 놀러 오면 파자마 차림으로 사진 찍자고 물었다 거절도 당한다(웃음).”

-로봇은 개봉 이후 어떻게 되나.

“(한 켠에 전시된 로봇을 가리키며) 이게 충전을 안하면 아예 움직일 수 없다더라. 당초 제작사에서 보관하려다 제작한 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진짜 정이 많이 들었다.”

-얼마 전 임시완의 ‘오빠생각’ 시사에 오토바이를 타고 참석했다.

“시완이는 아직도 날 차장님(드라마 ‘미생’ 오상식)으로 부른다. 하필 같은 날 30분 차이로 시사가 잡혔다. 우리 영화의 일반 시사가 청량리에서 7시 30분에 있었는데 물리적으로 30분 만에 강남까지 이동하는게 힘들었다. 생각해낸게 오토바이였다. 순식간에 갈 수 있었다.”

-임시완은 어떤 후배인가.

“‘미생’ 요르단 촬영 때 날 데리고 다니며 통역, 환승, 선물까지 척척 준비해줬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데 참 어른스럽다.”

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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