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40) 현대캐피탈 감독이 시즌 전부터 언급한 '스피드 배구'가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캐피탈은 빠르고 정확한 배구로 새해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원정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16 24-26 25-18 25-18)로 꺾고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연승행진의 최대 고비로 여겨졌지만, 현대캐피탈은 강팀 대한항공(17승9패 승점 52ㆍ3위)을 의외로 가볍게 제압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놀랄 정도로 잘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문성민(30)이 주장으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신영석(30)도 보조 역할을 잘 수행했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30)은 세터들과 잘 지내고 있다. 원팀이 돼 가는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적장 김종민(42) 대한항공 감독도 상대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굉장히 잘해서 우리가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의 강서브가 나올 때에는 김학민(33)과 모르즈(28)가 오픈 공격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경기력이 낙제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전력은 빈틈이 없었다. 국내외 선수들의 팀워크가 절정에 오른 데다, 범실은 대한항공(34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개만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공격성공률이 무려 66.67%에 달했다. 문성민(17득점)과 오레올(16득점)이 공격을 주도한 가운데 박주형(9득점)과 최민호, 송준호(이상 6득점)이 뒤를 받쳤다. 외국인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 전술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른바 '몰빵 배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현대캐피탈의 승승장구 비결이다. 주포 한 명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도 메울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전력은 상당히 안정됐다. 현대캐피탈은 18승8패 승점 53으로 선두 OK저축은행(18승8패 승점 56)에 근소하게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현대캐피탈은 속공과 블로킹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속공 성공률이 61.48%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60%를 넘겼다. 누적 블로킹(1357개)과 세트당 평균 블로킹(2.673개)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공격과 수비가 안정된 현대캐피탈의 선두 탈환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문성민은 "선수들이 연승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면 다음날 다 잊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감독님도 '잘 나갈 때 마음가짐을 조심히 하자'고 말씀하시는데 선수들이 잘 수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당히 절제된 분위기도 팀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최근 가장 효율적이면서 위력적인 배구를 구사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어디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배구팬들의 시선이 고정되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선수단(구단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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