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92조원 사상 최대 불구
영업익 6조원대로 주저앉아
美ㆍ中 시장 가격 경쟁 심화도 불똥
신흥국 저성장ㆍ중국 업체 약진 등
올해도 전망 악화에 판매 목표 낮춰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6조원대로 추락하며 5년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진한 수출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어 지난해 사상 최대인 496만3,023대의 차량을 팔아 91조9,5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46대 늘고 매출도 2조7,024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8% 줄어든 6조3,57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전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무려 1조1,921억원 줄었다. 이는 5조9,1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1년 8조288억원, 2012년 8조4,369억원, 2013년 8조3,155억원 등 8조원대에 머물다가 2014년 7조원대로 떨어졌고 불과 1년 만에 다시 6조원대로 주저 앉았다.
4분기만 놓고 보면 142만5,450대를 판매해 매출 24조7,648억원, 영업이익 1조5,15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했다.
현대차의 수익성 하락은 해외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북미에서 벌어진 치열한 가격 경쟁이 판촉비를 끌어 올리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11조8,995억원의 영업 비용이 여실히 말해준다. 여기에 신흥국들마저 통화 약세로 수입 여건이 좋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경기 둔화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특화된 토종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저유가로 구매력이 떨어진 중동, 금융 불안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어느 곳 하나 쉬운 시장이 없다.
그래서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국내 69만3,000대와 해외 431만7,000대를 합쳐 501만대로 예년보다 낮춰 잡았다. 신형 아반떼와 제네시스 EQ900,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등 신차를 해외에 순차적으로 출시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EQ900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가장 먼저 공략하는 북미 출시 일정이 하반기여서 늦는 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지에서 성공해도 시기상 연간 실적을 좌우하기 힘들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전사적 원가절감 노력과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늘고 있는 고급차와 SUV 공급을 늘리겠다”며 “제네시스가 기존 현대차 브랜드와 연계 효과를 내면 고급차뿐 아니라 현대차 판매도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는 실적 하락에도 주주 가치 향상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기말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지급한 중간배당 1,000원을 합치면 배당금이 현대차 사상 최대인 주당 4,000원으로 총액이 1조796억원에 이른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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