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하기 위해 방중했지만 북핵 이외에도 대만, 남중국해 등 양대 강대국(G2)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의 성사 여부가 중대 기로에 섰다.
케리 장관은 26일 밤 베이징(北京)에 도착, 이틀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케리 장관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만나 양국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 뒤 27일 낮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안건은 크게 세 가지다. 미국은 단연 북핵 관련 대북 제재를 최우선 순위에 올리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미 “북한 4차 핵실험이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위안화 북한 계좌 동결 등을 요구하며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설 것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이러한 제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무기를 용인할 순 없지만 북한이 무너지는 것도 중국에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북한 붕괴 시 동북아 지역의 혼란이 생기고, 중국이 미국과 직접 맞닥뜨려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핵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중국은 북핵보다 반중 독립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대만을 더 시급한 현안으로 보고 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북핵이 제일 긴박한 안건이겠지만 응당 제일 중요한 건 대만 해협 문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미 국무부가 환영 성명을 내고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특사 자격으로 파견한 게 불만이다.
세 번째 안건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다. 미국은 인공 섬 조성 등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인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의 산호초 섬들은 옛날부터 중국 영토여서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이버 해킹 등 양국간 갈등이 산적, 대북 제재안이 실효성을 얻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갈등 속에서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벌일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 특히 두 정상은 올해 3월 워싱턴 핵 안보 정상회의, 9월 항저우(杭州)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세 차례나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한 소식통은 “양국이 동북아 안정을 해치지는 않으면서 3차 핵실험 당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보다는 진전된 결의안을 내 놓기 위해 막판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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