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26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개최한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시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몸싸움이 발생, 행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일었다. ‘공동시당위원장’ 체제로 가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국민의당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순서에 이르자 창당준비위 측은 안 의원의 측근인 김현옥 부산진구 의사회장을 후보로 단독 추천, 박수로 가결하려 했다. 하지만 김병원 전 경성대 교수와 지지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건이 터졌다.
김 전 교수 지지자들은 “이게 민주주의냐”며 “투표 방식으로 하자”고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는 지도부가 앉은 맨 앞쪽으로 나와 안 의원 등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마이크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소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문병호 인천시당위원장이 “충분히 상의했어야 하는데 내부 조정이 잘 안된 모양 같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장내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항의가 계속되자 주최측은 급기야 10분 가량 행사를 중단시켰다. 정회 끝에 부산시당은 당초 단독위원장 체제에서 공동위원장 체제로 변경키로 하면서 사태는 마무리 됐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 의원 역시 쓴 웃음을 지었다. 한 당직자는 “번갯불에 콩 볶듯 일을 진행하다 보니 다 이런 것 아니겠냐”며 “향후 총선 일정을 소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란에 앞서 안 의원은 “김영삼, 노무현을 키워낸 곳이 바로 부산이고, 권력 앞에 당당하고 할 말은 하는 용기의 도시”, “이번 총선은 부산이 야성을 회복할 것인가, 권력에 무릎을 끓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 등의 발언으로 호응을 얻었다.
국민의당은 같은 날 오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전북도당 창당대회를 갖고 영남과 호남 쌍끌이 민심잡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축사에서 전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통합을 언급하며 “호남에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 ‘뉴DJ’를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DJ는 지난해 4ㆍ29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광주서을에 출마해 배지를 단 천 의원의 당선 일성이었다.
안 의원의 뉴DJ 발언은 천 의원과의 결속력 강화는 물론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창당식 연단에 선 지도부의 포문은 집권여당보다 더민주를 겨냥했다. 한상진 위원장은 축사에서 더민주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십자포화를 놓았다. “이게 비상대책인 것처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보약’이 아니고 ‘독약’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군부정권에서 탄생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서 60년 전통 민주당을 송두리째 갖다 바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전북지역의 더민주 의원들에게 노골적인 탈당을 요구하면서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밑에서부터 변하고 있는데 전북 도민, 유권자의 의지를 대변해야 할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태평하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줘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발언은 전날 국민회의와의 합당에도 불구하고 현역의원이 아직 16명에 그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되지 않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달 15일까지 창당하고 현역의원 20명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면 4월 총선까지 중앙선관위로부터 87억9,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부산ㆍ전주=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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