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로 새롭게 떠오른 인구 8,000만명의 중동 거대시장 이란을 잡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끄는 130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파견한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한 중국, 아베 총리의 방문을 추진하는 일본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유럽연합(EU)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30여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다음달 이란을 방문해 한-이란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무역진흥·인프라 건설·항만 개발 협력 등 총 15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포스코는 이란 현지업체(PKP)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에 건설하는 16억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 8% 가량 참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국가 정상이 나선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져 모처럼 찾아온 이란발 중동 특수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3일 이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또, 연간 520억달러 수준(2014년 기준)인 교역규모를 10년 안에 6,000억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일본 정부도 최근 이란과 투자협정 서명을 추진하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란 현지 분위기도 중국이나 EU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가 최근 자동차, 가전, 의료기기,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이란 바이어 521개사를 설문조사 한 결과 제재 해제 이후 가장 선호하는 교역 상대로 221개사가 EU를 선택했다. 한국(81개사)은 중국(166개사)에 밀려 3위다. 정부는 “경제제재 이후 한국기업 10여곳이 이란에 남아 현지 신뢰가 두텁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제품들은 유럽의 고급 브랜드와 높은 기술력에 밀리고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뒤쳐진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란은 전통적으로 유럽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경제제제 이후 경기불황으로 중국산과 터키산 등 저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의 이란 방문은 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맞춰 2007년 이후 중단된 장관급 협의 채널인 한-이란 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철도 자동차 가전 등 유망분야의 80여개 업체 및 기관을 파견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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