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10년 만에 탄생한 일본 출신 스모 선수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스모판이 몽골출신 선수들의 독무대로 변한 지 오래인 터라 방송과 신문 등 매체는 연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쿠오카(福岡) 출신 오제키(大關ㆍ천하장사인 요코즈나 바로 아래 등급) 고토쇼기쿠 가즈히로(琴奬菊和弘ㆍ31)는 24일 올해 첫 마쿠노우치(幕內ㆍ1부리그)에서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고토쇼기쿠는 특히 일본 스모판을 좌지우지하던 몽골 출신 요코즈나 3명을 차례로 꺾었다.
일본 열도는 자국 출신 선수의 첫 우승에 거의 도취상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이후 스모판을 외국인 출신들이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하쿠호 35승, 아사쇼류(朝靑龍) 10승, 하루마후지(日馬富士) 7승, 가쿠류(鶴龍) 2승, 교쿠텐호(旭天鵬, 일본 국적 취득) 1승, 데라노후지(照ノ富士) 1승 등 몽골 출신만 5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불가리아 출신 고토오슈(琴歐洲)와 에스토니아 출신 바루토(把瑠都)도 1승씩을 거뒀다.
하지만 과도한 열광에 자성론도 없지 않다. 특히 그의 기록은 요코즈나 하쿠호(白鵬)가 세운 35승 최고기록엔 보잘것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 출신이라고 지나치게 띄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쿄의 스포츠 평론가는 “전통과 격식을 강조하는 스모판에서 외국인이라고 혜택을 주거나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도리어 화려한 자국의 전통씨름 기술이 몸에 밴 몽골 출신들이 인기가 떨어진 스모판 흥행을 지탱해 왔다”고 과도한 열광을 비판했다.
일부 매체들도 자성론에 가세했다. 도쿄신문은 26일 “스모계를 몽골을 비롯한 외국 출신이 지켜왔으며 이 가운데는 일본 국적을 취득한 선수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는 “10년 만의 일본 출신 우승이라고 크게 보도한 것을 보며 그간 우승한 외국인 선수들의 노력이나 그들이 이룬 성취에 대한 존경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독자의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사설에서 스모 선수의 도박, 승부 조작 사건 등 앞선 위기 사례를 거론하며 “최근의 스모계는 외국 출신 역사에 의해 지탱됐다”며 이들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부 리그 42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5명이 외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존재 없이는 국기(國技)로서 스모가 성립할 수 없다”고 외국 출신 선수의 공을 강조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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