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여행족이 증가함에 따라 저비용항공(LCC) 이용객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인천에 사는 40대 남성 직장인 원 모씨는 얼마 전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해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편도 항공권 요금이 약 12만원에 불과했다. 대형항공사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었다. 그는 "기내식이 안 나오고 앞뒤 좌석 공간이 좀 좁은 것을 빼면 일반 항공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대형항공사 3분의 1수준…항공료 거품 빼고 날개 단 LCC
저비용 항공사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의 지난해 이용객은 약 719만명으로 2014년(약 555만명)에 비해 164만명이 증가했다. 가장 큰 장점은 대형항공사에 비해 최대 70%까지 싼 항공료다. 대신 기내식 등의 서비스를 줄였다. 꼭 필요할 경우 추가비용을 받는다. 비행시간 4~5시간 이내의 중ㆍ단거리 노선에 주로 취항하기 때문에 기내식이 없고 좌석 공간이 약간 좁은 것은 이용객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항공료 거품을 뺀 LCC는 지난 5년간 높이 날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수송분담률은 13.2%로 2010년 상반기 1.8%와 비교하면 5년 간 약 10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선 분담률은 2010년 상반기 34%에서 작년 상반기 53.6%까지 높아졌다.
▲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여행족이 증가함에 따라 저비용항공(LCC) 이용객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LCC들이 보유 항공기 수를 늘리고 기존 노선 증편과 신규 노선 취항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5개 국적 LCC들이 지난해에만 신규로 취항한 노선이 총 40개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는 6번째 국적 LCC인 에어서울의 운항까지 예정돼 있다.
관건은 '안전'이다. 양적 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대한 투자나 우수 인력 양성 등 질적인 면이 간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잇따른 사고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객 증가를 위해서는 'LCC도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사용한 만큼만 돈 낸다…카셰어링 시장 5년 만에 100배 성장
차가 없는 30대 여성 직장인 정 모씨는 친구들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아울렛으로 쇼핑을 갈 때 종종 카셰어링을 이용한다. 앱을 통해 예약하고 집 근처 차고지에서 차를 빌려 시간 단위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준중형급 승용차를 시간당 6,000원에 빌릴 수 있는데, 차고지가 가까울 경우 택시를 타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하다. 그는 "카셰어링이 없을 때는 렌터카 외에 대안이 없었다"며 "보통 12시간 이상 기본으로 빌려야 하는 렌터카는 사용하지 않는 시간까지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려는 합리적 소비는 결국 '성능'에 합당한 '돈'만 내겠다는 가성비 트렌드로 볼 수 있다.
▲ 합리적 소비, 공유 경제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이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린카 제공
2011년 무렵 국내에 소개된 카셰어링은 2014년 들어 합리적 소비를 따지는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불과 5년 만에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국내 최다 차고지를 가진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는 2011년 회원수가 1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120만명으로 급증했다. 5년 새 무려 회원이 1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보유 차량대수는 110대에서 3,200대로, 차고지 수는 50곳에서 약 1,900곳으로 늘어났다. 그린카는 이런 추세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회원수 190만명, 차량대수 4,000대를 확보하고 연말까지 차고지 수를 전국에 걸쳐 3,000곳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다른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회원수도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카 관계자는 "공유경제와 합리적 소비 트랜드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렌터카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어 향후에도 카셰어링은 더 활성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 "가치 있는 곳에 과감한 투자"…스마트 여행 증가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이용하면 숙소와 항공권 등을 개별적으로 구매할 때보다 일반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여행사가 항공권과 숙소 등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여행패턴은 패키지 상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유여행(FIT)이 붐을 이뤘다.
최근에는 여행패턴이 패키지와 자유여행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같은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는 여행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유일정을 가미한 패키지 상품이나, 자유여행이라도 여행사의 1일투어 서비스를 추가하는 식의 여행패턴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 가치와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가치있는 곳에 투자하는 가치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여행패턴이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투어 제공
이에 따라 과거에는 비싼 비용 때문에 가기 힘들었던 여행지를 찾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인터파크투어가 지난해 판매된 국제선 항공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3년 전까지도 보이지 않던 중남미(0.5%), 중동(0.5%), 아프리카(0.2%) 지역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는 전년 대비 120%의 항공권 판매 신장율을 보이며 지난해 인기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가치를 두는 항목에 과감히 투자하는 가치소비가 여행에서도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행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합하는 업그레이드된 기획여행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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