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콩 등 亞 증시 동반 하락
日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높아져
美 연준 FOMC 대응에도 촉각
잠잠해지는가 싶던 중국 증시가 또 다시 6% 넘게 폭락하며 2,800선(상하이 지수 기준)마저 무너졌다. 중국 중앙은행(인민은행)이 거액의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경기 비관 심리가 확산되며 속절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실물경제에 더해 금융시장의 혼란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양상이다.
2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88.72포인트(6.42%) 내린 2,749.79를 기록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2,800선 아래로 꺾인 것은 2014년 12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12일 기록한 고점(5,178.19)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선전종합지수도 7.12% 폭락했다.
이날 인민은행이 또다시 돈을 푼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인민은행은 은행이 단기자금을 융통하는 단기 금융시장에 4,400억 위안(약 8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루 공급액으로는 2013년 2월 이래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인민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순유동성이 모두 1조6,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291조원에 달한다.
중국 증시 폭락은 고스란히 국내 주가연계증권(ELS)의 대표적인 기초자산인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 H지수) 하락으로 이어지며,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H지수 종가는 277.95포인트(3.40%) 하락한 7,895.16. 21일 8,000선 밑으로 추락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8,000선을 만회했지만, 다시 3영업일만에 8,000선을 내준 것이다.
중국발 악재에 더해 유가 하락, 기업 실적 우려 등이 맞물린 국내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2,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전날보다 21.74포인트(1.15%) 내린 1,871.69를 기록했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 기록은 이로써 37일로 늘어났다. 코스닥지수 역시 2.58포인트(0.38%) 빠진 678.85에 장을 마쳤다. 일본 증시(닛케이지수)도 2.35% 하락했다.
중국 증시의 부진은 경기에 대한 근본적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저명한 증시전문가가 자본유출이 중국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단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장기적으로도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락압력이 가중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부양(수출 증진)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해야 하지만, 위안화가 약해지면 자본 유출이 빨라질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금융불안과 저유가가 세계경제의 가시적 위협 요소로 작용하면서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28, 29일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6, 2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놓을 지도 관심거리다. 지난달 금리를 올린 F만큼 이번에는 금리에 손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거라는 시그널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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