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청소년과 경범죄자의 독방 수감을 금지하는 새로운 교도행정 규정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내리는 행정명령과도 같은 새로운 규정을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기고문 형식으로 발표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WP에 기고한 ‘독방 수감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은 ‘두 번째 기회’의 나라이지만 독방 수감의 기회는 이 두 번째 기회를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교도행정 규정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청년 칼리프 브라우더의 이야기로 기고문을 시작했다. 16세 때인 2010년 책가방을 훔친 혐의로 라이커스 아일랜드 감옥에 갇힌 브라우더는 3년의 수감 기간 중 2년을 독방에서 보냈고 동료 수감자나 간수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폭력을 당했다. 2013년 한 번의 재판도 없이 출소한 후에는 피해망상과 불안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 결국 출소 2년 만에 22세의 나이로 숨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날 미국에서는 칼리프의 경우처럼 독방이 남용돼 가슴 아픈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새로운 교도 규정을 도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0만 명이 미국 연방 및 주 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는데, 그 가운데는 청소년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독방 수감이 심리적으로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를 인용한 후 독방에 갇힌 청소년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여름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에게 독방 남용 실태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수감자 및 타인의 안정을 위한 목적 이외의 독방 수감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이날 미국 대법원은 살인죄가 확정된 청소년에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2012년 대법원 결정이 이전에 종신형이 선고된 이들에게도 소급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18세 이전 청소년 시절의 살인 범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수백 명에게 가석방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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