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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대형마트가 동네 걷기의 적 아니다... 중요한 건 도시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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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대형마트가 동네 걷기의 적 아니다... 중요한 건 도시설계

입력
2016.01.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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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의 걷기와 잘 융합된 가게들은 대형마트가 있어도 망하지 않는다. 공간서가 제공
동네 주민들의 걷기와 잘 융합된 가게들은 대형마트가 있어도 망하지 않는다. 공간서가 제공

“그렇다면 이 참에 마을버스를 다 없애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실제 서울시 교통국 내부에서 논의된 적이 있어요. 그 얘길 듣고 정말 놀랐어요. 마을버스는 동네 걷기의 적이 아니거든요.”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26일 이런 말을 하는 배경은 이렇다. 5년 전 이경훈 국민대 교수는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책을 내면서 건축의 핵심은 예쁜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했다. 또 교류의 핵심은 걷기이고, 이 걷기를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마을버스를 비판했다. 이 주장은 ‘걷기 좋은 도시’를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과 맞물리면서 증폭됐다.

박 교수는 진짜 걷기 좋은 동네란 무엇인가를 두고 실증적 연구를 했다. 30~40대 동네 주부들에게 동의를 얻어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하고 구체적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이렇게 연구한 이유는 30, 40대 주부들이 실제 동네를 걷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낮이면 동네를 떠나있는 남성 도시계획자ㆍ건축가들과는 다르다. GPS는 그럴 것 같다는 인상 비평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박 교수는 “설문조사 방식은 대답에 어림짐작이 많이 들어가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연구는 처음이다.

그 결과 그간 걷기 좋은 동네를 저해하는 요소로 꼽혔던 마을버스와 대형마트가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을버스는 오히려 걷기의 동반자였다. 박 교수는 “걷겠다는 건 일종의 결심인데 마을버스가 있다면, 힘들 때 이용할 수 있으니까 걷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더 쉽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파괴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등ㆍ하교를 같이 하는 30, 40대 주부 생활패턴에서 나왔다. 등ㆍ하교길이 쇼핑 길이기도 했다. 이곳에 위치한 특색 있는 가게들은 대형마트와 상호보완했다. 박 교수는 “대형마트의 존재가 위력적이긴 하지만 공간구조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상생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면서 “최근엔 아파트 단지 설계 때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다는 이유로 아예 상가를 빼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이미 힘 딸리는 노인들이 가까운 데서 먹고 살 거리를 구할 수 없는 ‘쇼핑난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박 교수가 강조하는 건 좀 더 정교한 도시설계다. 초등학교, 마을버스, 조그만 상가, 대형마트 같은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엮어내느냐에 따라 동네 걷기와 지역 공동체 문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나 마을버스의 유무는 하드웨어적 질문이고, 이제는 소프트웨어적 설계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묶어 ‘동네 걷기 동네 계획’(공간서가 발행)이란 책을 냈다. 다음엔 구체적 도시설계 문제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박소현 서울대 교수.
박소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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