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우리가 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피해자는 뒤로 물러서 있게 하고 돈 몇 푼 쥐어줘 입을 막으려고 해? 절대로 안돼지….”(이옥선 할머니)
“우리를 왜 바보를 만드냐, 아베는 뭐하는 거야. 아베가 무릎 꿇고 공식사죄하고 배상해. 일본국민은 잘못 없어 국민한테 미루지 말라.”(강일출 할머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 강일출(89) 할머니가 한일 정부간 위안부 최종합의를 직접 성토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 두 할머니는 28일 오전 도쿄 중의원제1의원회관 다목적홀에서 내외신기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격앙된 감정을 쏟아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회견에서 할머니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김효정 간사의 부축을 받고 입장한 할머니들은 ‘일본군위안부해결 전국행동’ 양징자, 와타나베 미나(渡邊美奈) 공동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말문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오늘 이 장소에서 아베를 좀 볼 수 없겠는가. 내가 아베에게 질 것 같으냐”며 “어떻게 이번 합의가 진행되겠는가, 너무 분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할머니들이 소감을 전하자 일본 언론으로부터 ‘아베 총리는 과거 할머니들에게 한국은 기생도 많고 매춘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위안부 갖고 그러느냐는 망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할머니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강 할머니가 “우리는 솔직히 말하는데 거짓말하는 사람을 앞장세우느냐, 그러면 일본정부가 없어져야 한다”고 상기됐다.
이어 이 할머니가 “나는 나라가 없을 때 태어나 고생을 많이 했다, 가정이 곤란해 부산에서 울산으로 남의 집 식모로 갔다”며 “심부름 갔다 들어오는데 남자 둘이 불쑥 앞뒤로 막고 아무 말도 없이 팔 하나씩 잡아 끌고 갔다”고 강제연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렵게 입을 연 할머니는 “한국을 침략해 한국의 아들 딸 다 끌고가 남자는 군인, 여자는 위안부, 위안부가 무슨 사람입니까 위문품 하나씩 던져주는 것이지”라면서 위안소 생활을 언급했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물음에 이 할머니는 “자기 나라에선 하나도 안하면서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반대하냐, 누구도 손 못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를 죽일래, 소녀상을 없앨래 두 가지로 말하라”고 감정이 격앙됐다. 아베 총리를 혹시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하겠냐는 질문에 이 할머니는 “우리가 죽기전에 사죄를 해야지, 독일은 해결했잖아, 일본 하나 남았잖아”라고 했고, 강 할머니는 “아베는 답변 안하고 우리가 죽기만 기다리지만 나는 이게 끝이 아니라 미국도 가고 내 생명을 내놓고 말하겠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두 할머니는 오후엔 중의원 대회의실에서 원내집회를 갖고 각각 16살때 울산, 경북 상주에서 각각 끌려가 중국에서 겪은 위안부 참상을 증언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