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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이란 진출, 우리끼리 준비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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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이란 진출, 우리끼리 준비하면 끝?

입력
2016.01.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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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란 수출을 2년 내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란시장 진출 활성화를 공언했습니다. 건설ㆍ교통 등 대규모 수주가 기대되는 만큼 “경쟁국들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국내 수출부진을 타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경쟁국에 뒤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란시장 진출과 관련 각 정부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이란 교역ㆍ투자 지원센터를 열고 기업 건의사항을 중심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한 뒤 이란과의 교역 및 투자증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해양수산분야 진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이란과 해운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수산업계를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역보험공사는 대(對)이란 진출 기업을 위해 무역보험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고, 수출입은행도 70억 유로(약 9조230억원) 규모의 맞춤형 금융패키지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인 서부발전도 이란 전력시장 공략을 위해 이란 현지 사무소 개소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기저기에 널린 서말의 구슬을 꿰는 컨트롤타워 역할은 약해 보입니다. 쏟아지는 지원 대책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들이 찾아오면 이런 상담을 해 주겠다’거나 ‘진출하는 기업을 이렇게 뒷받침하겠다’는 식의 수동적인 수준입니다. 정부가 앞장서 이란 시장의 벽을 허물겠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제서야 지원센터를 만들고 대책회의를 한다고 하는 건 다소 한가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국내에 센터를 차리는 사이, 경쟁국들은 정부 수반이 앞장서 이란에 대해 대대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이란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는 이란 제재가 풀린 이후 외국 정상이 처음 이란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시 주석은 현재 연간 520억 달러 수준의 양국 교역규모를 10년 내 6,000억 달러로 늘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양국 관계도 전면적 전략동반자관계로 격상됐죠.

시 주석은 물량공세도 퍼붓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동 평화를 위해 공업화가 시급하다며 총 55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본도 올해 7월 아베 신조 총리의 이란 방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이란 국영회사인 이란항공에 민간항공기 114대를 판매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미 냈습니다. EU 내에서도 이탈리아 등은 제재 해제 직후부터 정부를 중심으로 양국교역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서방 제재의 틀 안에서 조금 벗어나 있던 중국, 제재의 직접 당사자였던 EU에 비해 수동적으로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한계는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 차원의 이란 시장 개척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 일본 EU 등에 비해 그 속도나 적극성이 눈에 띄게 약한 게 사실입니다. 다음 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대표로 경제사절단을 보내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합SL다. 2006년부터 중단된 회의를 10년 만에 다시 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서 정부 수반들이 직접 나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 마당에 경제공동위만으로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란의 인구는 8,000만명입니다. 중동최대 내수시장을 가진 나라지요. 제재 해제와 함께 앞으로 6~8%대의 고도성장을 이어갈 전망이고, 서방의 제재로 묶였던 자금이 대거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구축하는데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빗장이 풀렸다고, 과거에 우리 기업이 이란에 많이들 진출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이란 시장에 무혈입성 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업의 진출을 뒤에서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닫혔던 나라 문이 열리는 이런 특수한 시기에는 민간기업보다는 정부가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란 수뇌부를 직접 공략해 앞으로 쏟아질 국책사업 등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끼리만 준비한다고 우리 기업이 이란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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