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길. 웬 개가 한 마리 따라붙었다. 잠깐 눈길 주다 말 줄 알았는데, 커다란 비닐봉지를 줄곧 추근대며 떨어지질 않았다. 털이 곱고 목줄이 달려 있는 걸 보니 유기견은 아닌 듯싶었다. 걸음을 재게 놀렸더니 살짝 멈추는 듯하다가 예닐곱 걸음 뒤에서 다시 쫓아왔다. 그러다가 이내 집 앞. 자꾸 뭘 종용하는 폼이 배고파하는 것 같아 비닐봉지를 뒤졌다. 딱히 줄 만한 게 없었다. 혹시나 싶어 봉지에 있던 햄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반색도 잠깐, 냄새를 흘깃 맡아보고는 다시 고개를 쳐들어 눈동자만 반짝였다. 조금 귀찮았다.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려 했으나 처량하게 반짝이는 눈을 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뭘 달라고?” 봉지를 펼쳐 보이며 말해 봤지만, 반응할 리 만무. 난감했다. 서로 눈만 바라봤다. 주인이 버린 개일까. 그렇더라도 내가 데려가서 키우기엔 엄두가 안 났다. 개의 시선은 집요했다. 혀까지 내밀고 헉헉대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너무 낯익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바라는 사람의 눈길. 그럼에도 상대에게 받을 수 없어 이내 촉촉해지고 애달파하면서 절망으로 변하는 눈빛. 내가 누구에게 그렇게 원해본 적도, 원하는 걸 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들고 있던 햄을 내려 두곤 후다닥 집으로 들어왔다. 뭔가 억지로 면피한 듯한 자괴를 피할 수 없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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