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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기술, 실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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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기술, 실패에서 나온다”

입력
2016.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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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연구 잘못돼도 불이익 없는

‘성실 실패’ 올해 화두로 제시

中企와 R&D 성과 공유에도 역점

“출연 연구소의 민간수탁 비중도

20% 가까이 끌어올릴 것”

“세상을 바꿀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오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실패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올해 목표를 독특하게 ‘성실 실패’로 정했다.”

국내 25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이상천(64) 이사장은 올해 연구회의 화두를 ‘성실 실패’와 ‘융합 연구’로 제시했다. 성실실패는 창의적, 모험적 연구에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제도다. 25일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2014년 미국의 연구개발 포함 신규 사업 프로젝트 17만5,000개 중 성공이 16%, 실패나 포기가 31%였고 나머지 53%는 도전연구로 성실실패를 인정받았다”며 “우리도 성실실패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고 3월 말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이사장은 요즘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개막하는 이 행사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민간 기업들에게 넘기기 위해 선보이는 자리다. 특히 연구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가다 보니 투자 여력이 없어서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행사다. 이 이사장은 “세금으로 이룩한 연구개발(R&D) 성과와 경험을 기업을 통해 시장에 돌려주는 것은 과학자의 의무”라며 “중소기업 지원이 출연연 본연의 역할인 만큼 산ㆍ학ㆍ연 협력 경험이 많고 기술을 사업화하고 싶거나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과학자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28일 열리는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를 앞둔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서로 무관심했던 기업과 출연연 사이에 다리를 놓아 많은 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보도록 만드는 게 올해 연구회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28일 열리는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를 앞둔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서로 무관심했던 기업과 출연연 사이에 다리를 놓아 많은 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보도록 만드는 게 올해 연구회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실제로 출연연은 중소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성일하이텍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파견된 과학자 덕분에 버리는 2차전지로 고품질 리튬 2차전지 원료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수출액이 1,000만달러 늘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과학자를 만난 유테크는 새로운 구조의 모바일 디스플레이용 소재 개발로 4년간 연평균 100%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파견된 출연연 과학자는 310여명이다. 이 이사장은 “파견 다녀온 과학자에게 인사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보상을 강화하겠다”며 “출연연 주요사업비 중 중소기업지원 비중을 지난해 13.5%(1,375억원)에서 올해 14.7%(1,472억원)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한마당은 출연연과 기업 간 ‘기술 나눔의 장’으로 꾸미고 있다. 기업에게 우수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관람객에게 30여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연령별 얼굴 변화를 예측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3차원 몽타주 및 얼굴 에이징’ 기술은 반응이 뜨겁다. 약 12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고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활용 중이다.

기업과 소통이 활발해질수록 출연연의 민간수탁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산업현장과 괴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출연연들의 민간수탁 비중을 올해 20% 가까이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회는 사회 현안과 산업계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9개 융합연구단을 운영 중이다. 산학연 과학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연구하고 종료 후 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일몰형’ 조직이다. 이 이사장은 “처음에는 융합연구단 과학자를 우대하니까 특혜라며 반발이 컸지만 시너지 효과로 좋은 성과가 나오면서 경쟁률이 3 대 1에 이를 만큼 호응이 좋다”며 “과학계가 시장에 적극 대응하면서 혁신적 가치 창출에 도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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