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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전통사찰, 혹한으로 화재 비상

입력
2016.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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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는 관리부실… 소화전은 얼어붙어 무용지물 우려

경주소방서가 최근 전통사찰인 경주 기림사에서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 경주소방서 제공
경주소방서가 최근 전통사찰인 경주 기림사에서 소방훈련을 하고 있다. 경주소방서 제공

이달 들어 영하의 기온에다 건조주의보가 지속되면서 경주지역 전통사찰의 화재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문화재급 사찰들은 대부분 소화기와 소화전 등을 갖추고 있었지만 일부 관리가 부실한 데다 수돗물은 물론 소화전을 갖춘 곳도 이 혹한에 얼어붙어 제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9일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사방리 마을 뒷 산 중턱에 위치한 한 사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법당 한 채가 모두 탔다. 2002년 들어선 이 사찰은 산중턱에 있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데다 별도의 소화전을 갖추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

경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최근 지속된 한파로 수도관과 소화전, 방화수가 얼 수 있어 불이 나면 초기진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통사찰은 아파트 등 현대식건물보다 한기에 직접 노출되는 부분이 많아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찾은 경주시 구황동 분황사는 신라 고찰답게 건물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고, 예불을 마치면 촛불을 끄고 확인하는 등 화재대비책이 철저해 보였다. 하지만 이 곳도 외부의 수도꼭지는 얼어붙었고, 일부 소화기는 뽀얗게 먼지가 쌓인 채 손잡이에 녹까지 슬어 있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들었다.

경주 남산자락의 배리석불입상(보물 제63호)이 있는 삼불사에도 불상 앞 촛대도 양초 대신 전구촛대로 교체하고, 소화기도 있었다. 하지만 소화기 표면은 빛이 바랬고, 충전일람표에는 다 삭아 약재를 언제 충전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문화재급이 아닌 산간지역 일반 사찰은 혹한기에 더욱 위험하다. 난로 등 난방기기 사용이 느는 반면 계곡물과 수돗물까지 다 얼어붙기 때문이다.

한 산간지역 사찰 관계자는 "요즘은 사찰에서도 화재예방을 위해 촛불을 전구촛대로 교체하고, 안전한 온열기를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한겨울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물이 다 얼어 불 끄기가 쉽지 않다"며 우려했다.

경주소방서 양경홍 예방안전과장은 “경주지역의 전통사찰은 연대가 오래됐고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져 유사시 대형화재로 커질 수 있다"며 "행정기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작은 사찰에 대해 본사 차원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문화재나 전통사찰로 지정된 사찰에 대해 매달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국보급 유물이 있는 불국사 기림사 등 12개 사찰은 소방안전을 위해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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