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 2호선 방식 시장 결단만 남아
시민사회단체, 시 추진 방식 반대 의견
윤 시장, “2월말까지 확정하겠다”
우왕좌왕 끝내고 어떤 내놓을지 관심
25일 오전 11시. 윤장현 광주시장이 시청기자실을 찾았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저심도(低沈渡) 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반대한다”는 광주시민사회단체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였다. 이를 의식한 윤 시장은 “광주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2월 말까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시장 말대로 이제 ‘도시철도 2호선(41.9㎞) 건설 방식 결정’이라는 공은 다시 본인이 넘겨받았다. 저심도 방식 고수를 주장하는 광주시의회에 맞선 시민사회단체가 이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윤 시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대응 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심도 방식의 원안은 안전성과 편리성, 경제성이 없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또 “윤 시장은 임기 내 2호선 건설에 착수하겠다는 약속에 구애 받지 말고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대안을 모색하라”며 “저심도 방식을 고수해 조속한 착공을 요구한 시의회와도 언제든 토론에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17개 시민단체가 앞장서 시의회가 주장하는 저심도 방식을 경계하면서 윤 시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시는 지난해 건설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원안 변경이 불가피하다면서 원안중심형과 지하ㆍ노면 조합형, 노면전차(트램)형, 모노레일형, 원안 고수형 등 5개 건설 방식을 제안했다. 당시 윤 시장은 건설 추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 받자 임기 내 착공, 안전과 경제성 최우선 고려, 기존 노선 유지 등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윤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것이다. 윤 시장은 그 동안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두고선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를 계속했다. 취임 직후부터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재검토→재검토 철회 후 재추진→건설방식 원안 재검토→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밟으며 우왕좌왕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설방식도 덩달아 변경됐던 만큼 논란이 컸던 도시철도 2호선은 여론 수렴을 거친다고 건설방식에 대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윤 시장이 책임감을 갖고 밀어붙여야 할 사안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후유증도 컸다. 실제 윤 시장이 시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정을 이끄는 수장이 정책 결정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윤 시장도 이처럼 악화한 여론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2호선 문제에 대한 답안도 나와 있다. 사실상 윤 시장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문제는 윤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결정에 대한 반발과 비난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간 2호선 해법을 놓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렸다’식의 논쟁으로 여론이 갈렸기 때문이다.
당장 윤 시장이 시민단체의 입장을 수용할 경우 시의회와 집행부의 대치 국면은 불가피하다. 시의회와 윤 시장 사이에 고조될 갈등도 윤 시장이 혼자 짊어져야 할 짐이다. 반대로 저심도 방식을 결정하면, 시민 의견을 묵살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간 윤 시장의 시정 운영 등에 쓴소리를 아꼈던 시민단체들이 앞으로 비판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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