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경영진 핵심인사 발언 공개
부당해고 알고도 강행 인정 파문
MBC 경영진의 핵심인사가 2012년 MBC 파업 당시 해고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해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당해고임을 알고도 강행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노조 압박과 길들이기를 위해 해고를 남용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입수해 25일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4월 서울 종로의 한 한식당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변호사였던 정재욱 MBC 법무실장과 극우 성향 인터넷매체 P사의 편집국장 등을 만났다. 백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파업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을 언급하면서 “최승호와 박성제는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한다든가(법원이 기각할 수 있다는 뜻), 왜냐면 둘을 해고할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알고 해고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가 없다. 그런데 이 놈을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를 시킨 것”이라며 “나중에 소송을 제기해서 들어오면 그 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백 본부장은 “2심에서 최소한 6명의 해고자 중 4대 2는 나와야 된다. 2명(최 PD와 박 기자)은 증거불충분으로 한다든가, (집행부)4명에 대해선 철저하게 불법파업의 응징이 있어줘야지. 다시는 돌아오면 안 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MBC는 2012년 노조가 공정방송 및 김재철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하자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4명과 조합원인 최 PD, 박 기자 등 6명을 해고했다. 당시 인사위원장은 안광현 현 사장이었고, 백 본부장은 위원으로 참여했다. 해고자를 포함한 MBC 노조원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 소송은 2심까지 노조 쪽이 승소한 상태로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아 있다.
최민희 의원은 “파업 당시와 이후 이뤄진 권성민 PD 해고 등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모든 징계가 별다른 근거없이 마구잡이로 자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MBC는 진행 중인 소송의 항소 등을 취하하고 해고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측은 “사적 자리에서 오간 대화로 설명할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에 MBC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 본부장 해임과 안 사장 사퇴를 촉구하기로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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